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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상상하는 힘, 살아가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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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독서모임.

최근에 책방에서 하는 독서모임에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다. 우주에 대한 방대한 대서사시라 할 수 있는 ‘코스모스’는 읽는 우리들에게 ‘우주적인 시각’을 선물했다. 우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지구는 작고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고 우리는 그 별에 사는 아주 작은 미물에 불과하다. 우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우리가 겪는 매일의 사소한 일과들이 떠도는 먼지만큼이나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소한 일과 속에서 우리는 매일 전쟁을 치른다. 어떤 이는 주식에 투자한 게 잘못되어 고통 속에 살고, 어떤 이는 아직 받지 못한 임금 때문에 투쟁을 하고 누군가는 뜨거운 태양 아래 깃발을 나부끼며 불평등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 눈물을 흘린다. 

우리는 왜 태어나서 이런 고통들과 마주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아름다워 보이는 밤하늘의 별들에게 질문을 던져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우주를 통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코스모스’책을 번역한 옮긴이의 말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우주인이 달나라에 발자국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현대 과학과 공학의 눈부신 발달 때문만은 아니라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저는 달을 두고 노래한 시인들이 더 중요하고 큰 역할을 했다고 믿습니다. 우리네 삶에서 소망 없이 이루어진 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따지고 보면 시인이 우리 가슴에 심어 준 꿈의 위력이 과학자들로 하여금 달나라 여행을 설계하게 했을 것입니다.’ 즉, 옮긴이는 우리에게 우주를 상상하는 힘이 없었다면 굳이 로켓을 쏘아 올리지도 달에 갈 일도 없었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상상하는 힘’은 결국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일을 상상해야만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얼마 전 제주에 한 달 살기를 간다고 해놓고 결국 완도 바다에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가족이야기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 가족들이 그 동안 어떤 고통 속에 살아왔는지 우리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삶을 내려놓기까지 그들에게 ‘내일’은 어떤 존재였을까 생각해본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하려해도 결코 좋은 것이 상상되지 않는 ‘내일’이라는 것은 얼마나 그들을 지치게 만들었을까. 주변에 그 어떤 도움을 청할 사람도, 그 어떤 제도도 그들의 곁에는 없었던 것일까. 내내 마음이 쓰였던 가족의 마지막이었다. 

아주 작게라도 희망을 상상할 수 있는 내일이 있다는 것은 우리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개인만의 의지로만은 안 된다.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 국가가 있는 이유도 그런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를 이대로 두고 볼 수 없기에 어떻게든 이 위기를 극복할 상상을 하고, 다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비해 우리는 다시 접종을 하고 마스크를 여민다. 그러나 우리가 감히 상상해도 안 되는 현실이 지금 시대에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서울의 집값을 보자, 상상할 수 있는 금액을 넘어섰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2030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에 불과한 내 집 마련의 꿈이다. 그들의 상상 속엔 ‘서울에 집’은 없다. 이상한 나라다. 평생 열심히 살아도 집을 살 수 없는 나라. 

그렇다면 내가 사는 전주의 내일은 어떤가. 어떤 상상을 하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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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 예술도서관 전경.

전주는 상상하기 좋은 도시다. 아직은 여백이 많아 보인다. 그만큼 어떤 면에선 낙후돼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러나 최근 수많은 도서관들이 생겼다. 도서관을 반기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지는 않지만, 상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곳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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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 예술도서관 내부.

덕진공원 안에 새로이 생긴 연화정도서관과 서학동 예술마을안에 새로 자리한 서학동예술도서관만 봐도 그렇다. 그냥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는 공공의 장소가 훌륭하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게 반겨주는 곳이 돈 한 푼 없이도 갈 수 있는 도서관이며, 우리는 그 안에서 무한하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전주는 상상이 현실로 이뤄지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제는 인문도시로서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주어졌으니 전주시민들이 함께 더 좋은 내일을 상상하고, 그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판을 짜야 한다.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상상, 좋은 기업이 들어오는 상상, 전주만큼은 모두가 내 집에서 사는 상상, 기후 위기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자력으로 만들어내는 도시가 되는 상상, 다른 도시와는 다른 개발이 이뤄지는 상상, 전주만의 모습을 가지고 자부심을 갖게 되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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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전주에 살면서 이런 내일을 상상한다면 지금 하는 일이 조금은 버겁고 힘들더라도 버티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나에게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단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55분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 사용하고 나머지 5분은 그 문제를 푸는 데 쓸 것이다’고 말했다. 답보다 문제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전주 시민이라면 이제 전주의 문제를 파고들자.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떤 것이 불필요한지를 직시해야 한다. 문제가 뭔지 알면 해결도 쉽다. 그것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지역의 내일을 보다 더 낫게 상상하는 힘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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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잘 익은 언어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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