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도시들은 지금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다.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과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기로에 서 있다.”
도시연구가 강동진 교수는 저서 <오래된 도시, 새로운 도시 디자인>에서 이렇게 진단한다. 그의 해석을 더 빌리자면 오래된 도시는 ’신도시, 대도시, 현대도시‘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들여다보면 198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신도시들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대부분 도시는 오래된 도시다. 기능으로는 ’발전과 쇠퇴를 반복해오면서 특정한 지역 산업을 갖게 된 도시’이고 그 도시만의 ‘두드러진 향토색을 가진 도시’다.
오래된 도시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 그중 하나가 구도심 활성화다. 한 시대, ’확장성‘의 가치를 앞세운 도시 발전 정책으로 신시가지 개발을 제목으로 삼았던 우리나라의 오래된 도시들은 그 결과, 너나 할 것 없이 구도시와 신도시를 안게 되었다. 그러나 도시의 확장성에 환호했던 시기도 잠시, 신도시 건설에만 집중하는 사이 구도심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래된 도시의 고민은 다시 시작됐다. 2018년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5년 동안 해마다 10조 원씩 50조 원을 투자하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의 목표는 전국 500개 지역을 재생시키는 것이었다. 전면 개발 대신 도시재생으로 지역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인 도시정책이기도 했다. 재생은 그 도시가 가진 자산을 읽어내 다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488개 사업지가 선정돼 국고 지원을 받아 사업을 추진했다는 통계가 있다. 적지 않은 숫자다.
전북의 각 시군에서도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다. 외면적으로만 보자면 개선된 주거환경의 변화가 눈에 띄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전주를 비롯한 몇몇 도시들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도시의 오래된 자원을 품어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어낸 도시의 공간과 그 공간을 이끄는 사람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주목되는 움직임이 있다. 도시재생사업 방식의 변화다. 이미 한 시대를 점철했던 재개발과 재건축이 되살아날 기미다. 여기에는 규제 완화나 철폐가 전제되어 있다.
그렇다면 재건축 재개발만이 오래된 도시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일까. 답을 주는 도시들이 있다.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을 철저히 경계하며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든 오래된 도시들의 지혜와 선택이 그것이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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