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인권 변호사'라 불리는 한승헌 변호사가 병석에 눕기 전까지 준비하던 책이 있다. 편집까지 마치고 출간만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별세했다. 한승헌 변호사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책 이름은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이지출판).
한승헌 변호사의 지인과 유족은 고민 끝에 출판을 결정했다. 그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은 마지막 작업을 중단할 수 없었다. 책 속 '책을 펴내며'라는 간행사까지 쓴 책이기에 묻어 두는 것은 아쉽다고 판단해서다.
또 그의 삶을 다시금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치열하고 삭막했던 인권 투쟁을 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사람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는 한승헌 변호사가 늘 관심과 애정을 쏟은 주제가 '유머'기 때문이다.
많은 고민 끝에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일종의 한승헌 변호사 유머집이다. '하하호호' 웃음이 나오는 유머보다는 '피식' 웃음이 나오는 유머에 가깝다. 앉은 자리에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유다. 그 상황을 이해하고, 머릿속으로 그려야 웃을 수 있어서다. 우스갯소리가 아닌 한승헌 변호사의 삶 속에서 배어 나온 실제 상황을 토대로 해서 현장감도 느껴지고, 두 배로 재미있다.
웃음과 동시에 여운도 남는다. 마냥 웃긴 내용도 있지만, 씁쓸하고 우울한 시대상을 담은 뼈 있는 유머도 다수다. 재미와 감동, 한승헌 변호사의 삶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한승헌 변호사는 '책을 펴내며'를 통해 "우리를 공포로 몰아가는 코로나19 사태, 어려운 경제상황, 안보 문제, 대내외적으로 겪고 있는 여러 과제들이 우리 삶을 짓누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독자 여러분의 삶 속에 나의 유머가 웃음과 위로, 마음의 여유, 달관, 통찰과 함께 고난 극복에 작으나마 힘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그는 진안 출신으로 전주고등학교와 전북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8회)에 합격한 뒤 법무관을 거쳐 1960년 법무부·서울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지난 4월 20일 88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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