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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기사

국립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 유치의 숨은 공신, 최영숙 익산시 청소년복지계장

여가부 계획조차 없던 상황에서 악전고투... 숱한 문전박대에도 굴하지 않고 여가부·기재부 찾아 간절히 호소
지역구 김수흥·한병도 국회의원은 물론 이원택·신영대·정운천·이용호 의원실도 문턱 닳도록 오가며 지원 요청

최영숙 익산시 청소년복지계장
최영숙 익산시 청소년복지계장/사진=송승욱 기자

막판까지 치열한 사투 끝에 극적으로 유치에 성공한 국립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

최종 선정 마지막 단계인 여성가족부 현장 실사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최영숙 익산시 청소년복지계장과 여성 공무원 둘이 낫과 빗자루를 들고 나섰다. 평가위원들이 직접 와서 보게 될 센터 건립 대상지 앞에 수풀이 너무 우거져서 아무래도 안 되겠단 판단이었다.

공교롭게 집중호우 때문에 도로과 직원들이 전부 침수 현장에 투입된 터라 가용 인력마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최 계장은 직접 2시간여 풀을 맸다. 빗물인지 땀일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흠뻑 젖었다.

숨 돌릴 겨를도 없었다. 다음날 현장 실사에서 제안 설명에 나서는 시장과의 사전 브리핑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현장 실사 당일, 다행히 날이 맑았다.

전날 구슬땀을 흘리며 낫질을 한 덕분에 조망이 시원하게 확보됐다. 시장의 현장 설명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익산의 유치 의지가 온전히 전해졌다.

평가위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엿보였다.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결과 발표까지 시간은 너무나 더뎠다. 오전 익산, 오후 광주 현장 실사 후 저녁에 최종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었지만, 일과 시간이 다 되도록 연락이 없었다.

그동안 공들여 준비한 서류 무더기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호남권 유치 기회가 없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저녁 8시 8분.

여가부 담당자로부터 문자가 왔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평가 결과 건립 후보지는 익산으로 선정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정말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최 계장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청소년복지 업무를 맡았다. 익산시뿐만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들도 청소년 지원이나 관련 정책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였다. 당시 전북연구원이 국립청소년디딤센터 유치를 전북도에 건의했지만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최 계장이 센터 유치에 매달려 온 것은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경험 때문이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일시청소년쉼터, 청소년수련관 등 지역 내 기관·단체와 함께 호흡하며 느낀 바가 많았다.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생각과 달리 너무 많았다. 대다수 정상적인 아이들의 부모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지금 당장 그 아이들을 치유하고 지원하지 않으면 분명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필요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2012년 경기 용인, 2021년 대구에 센터를 지은 여가부는 사실 여력도 관심도 없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해야만 했다.

지난해 다시 전북연구원을 통해 용역을 하고 그 결과를 갖고 여가부를 찾았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숱하게 문을 두드렸다. 

지금 시작해도 5년 안팎이 걸리는 일이니 여가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익산이 호남권과 충청권을 아우를 수 있는 최적지임을 간절히 호소했다.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사전 연락을 하지 않고 무작정 찾아가 한없이 기다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지역구 김수흥·한병도 국회의원은 물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인 이원택·신영대·정운천·이용호 국회의원실도 문턱이 닳도록 오갔다.

그런 그의 노력 끝에 국립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 익산 선정이라는 낭보가 전해졌다.

인터뷰 내내 울먹이다시피 하던 최 계장은 “일일이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주위의 관심과 큰 도움 덕분에 센터 유치를 할 수 있었다”며 공을 주위로 돌리며 마지막에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행정이 나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고 정말 절실했다”면서 “센터가 차질 없이 지어져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송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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