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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슬픈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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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한국의 교육열은 오랫동안 우리의 자부심이었다.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원인을 한국의 특별한 교육열에서 찾는 분석은 새삼스럽지 않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조차 한국의 교육을 칭찬하고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언젠가부터 그 한국의 교육에 위기음이 들리기 시작했지만 속수무책으로 변방만 뒤적거리면서 세월을 보낸 지 오래다. 며칠 전 보도된 뉴스는 충분히 충격적이었지만 예견할 수 없었던 장면도 아니었다. 학생이 교단에 드러누워 수업 중인 여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모습, 수업 시간에 윗옷을 온통 벗은 채 앉아 있는 모습 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아이들은 이제 교실에서 누구의 제재도 받으려 하지 않는다. 수업 중에 떠드는 학생에게 “조용히 해”라고 말하는 것도 아동학대, 정서학대라고 고발당하는 상황이라고 하니 교사들은 고소·고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거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말했던 고래(古來)의 언어들뿐만 아니라 ‘스승의 날’을 기념하고 ‘스승의 노래’를 불렀던 기성세대의 추억은 이제 박물관에 가서나 찾아야 할 지경이 되었다. 교실의 붕괴는 교권의 추락과 맞물려 있다. 교권의 추락은 실력 있는 선생님들의 교단 회피 현상을 낳아 악순환을 반복한다. 

교육이 지난 70여년 동안 한국을 일으키고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다면 그 교육의 추락은 한국의 미래를 좀먹는 것이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의 궤도에 올라서 있는데 우리 교육은 여전히 암기와 속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가 한때의 유행이었지만 그 결과 인문학은 병들어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은 취업시장에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퇴출당하고 있는 중이다. 

산업의 혁명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도 혁명이 필요하다. 여전히 국·영·수에 매달려 있는 커리큘럼의 전면적 개편도 필요하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이 단지 구호에 머물지 않도록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키워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교육은 공부를 잘하는 것으로 사람의 값어치를 평가하거나 국·영·수를 잘하는 시험 기계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입시 위주 교육과정 편성으로 고교생들은 체육과 미술·음악 시간마저 상당 부분 저당 잡혀 버렸다. 그 적은 예·체능 시간조차도 자습 시간에 양보해야 한다. 

‘네이퍼빌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실험을 했던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운동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0교시에 전교생이 1.6㎞를 달리는 체육수업을 배치했다. 한 학기 동안의 실험 결과 학생들은 오히려 놀라운 학업 성취력을 보였다.

2차 대전이 한창일 때 독일 잠수함 U보트에는 항상 토끼를 태웠다고 한다. 토끼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면 잠수함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신호였다. 지금 우리 교실에 U보트의 토끼가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버렸을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무작정 가던 길을 멈춰 서서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 방향 전환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생존을 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K-시리즈의 환호 뒤에서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우리 교육을 살려내야 한다.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중학교 교실의 슬픈 모습은 결국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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