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의 가속화, 정부의 해법은?
지난해 10월 18일 행정안전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정 및 지원 방향’이라는 브리핑을 통해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의 39%에 이르는, 무려 89곳의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지방이 사라져 간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 발표에 의하면 지역별로는 전남과 경북이 각각 16곳으로 가장 많았다. 강원(12곳)·경남(11곳)·전북(10곳)이 뒤를 이었다. 충남(9곳), 충북(6곳), 경기(2곳)가 그 다음이다. 광역시 가운데 부산(3곳), 대구(2곳), 인천(2곳) 등 일부 구·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들 지역에 △인구활력계획을 세운 지방자치단체에 맞춤형 지원 △인구감소 대응 사업에 지방소멸대응기금(연간 1조 원, 10년)과 국고보조사업(2조 5600억 원) 활용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 제정 추진 △특별지자체 설립 등 지자체 간 연계협력 강화 등 지원책을 약속했다.
수도권 초집중과 지방소멸의 가속화
올해 6월 29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90.8%가 전체 영토의 6.7% 면적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집중과 도시성장 불균형으로 지방도시는 소멸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구 쏠림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어 2020년 수도권 인구는 2596만 명으로, 비수도권인구인 2582만 명을 추월한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국민 2명 중 1명 이상이 수도권에 산다. 수도권 과밀집 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통계이다. 비수도권의 인구감소를 하나의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국가 전체적인 출산율 감소와 더불어 교육, 청년 일자리 감소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지역별 형태와 차이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산만 확보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난 8월 16일 행정안전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 각 지자체별 배분 금액을 결정 발표하였다. 기초자치단체(인구감소지역 89개, 관심지역 18개)와 광역자치단체(서울, 세종 제외 15개 시·도)를 대상으로 2022년, 2023년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예산 지원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정부출연금 1조 원을 재원(2022년 7500억 원)으로 지원되며, 기초자치단체에 75%, 광역자치단체에 25%의 재원을 각각 배분한다.
전북은 광역분으로 2022년 240억 원, 2023년 320억 원을 받아 560억 원을 받게 되었다. 도내 11개 시·군(인구감소지역 10개 시·군 및 관심지역 익산)의 배분액은 올해 642억 원, 내년도 856억 원으로 모두 1498억 원이 배분되게 된다. 하지만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은 그동안 전국 각 지자체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반짝이 효과’만 있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예산만 확보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10년 한시’로 추진된다는 근본적인 한계점이다. 10년이 지나면 없어질 것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지자체가 장기적인 사업을 발굴하기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연례적인 소규모 사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2010년부터 10년간 지자체 간 재정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취지로 운영한 ‘지역상생발전기금’이 있다. 2020년 지역상생발전기금 지원 사업을 보면 전체의 94.7%(57개 사업)이 연례적 반복사업이었다. 지방소멸대응기금도 같은 문제점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좋은 정책은 이어받고 잘못된 정책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지방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정책과 사업들이 지속가능하게 추진돼야 하는데, 정권이 바뀌는 4~5년마다 바뀌는 것은 문제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지역발전위원회’로 바뀌었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다시 바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복원했다. 좋은 정책은 이어받고 잘못된 정책은 반면교사로 삼으면 될 일이다.
출범을 앞두고 있는 ‘지방시대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합쳐진 성격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 정부의 국정목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추진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반드시 지역의 참여를 보장하고 독립적인 권한을 갖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균형발전을 총괄해 실질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의 종합적 관리 및 운용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방시대 개척!
세계 어디를 봐도 대한민국처럼 수도권 집중이 심각한 나라는 없다. 지방이 소멸하는데 중앙이 온전할 리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적어도 광역권 전국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균형적인 발전이 이뤄져야 인근 중소도시, 농촌지역이 동반성장할 수가 있다.
사실 인구 감소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방소멸 대책은 많이 시도됐다. 각종 대책들이 나오고 있고, 지역마다 청년 지원 정책, 귀농귀촌 지원 정책, 출산 지원 정책이 없는 곳이 없다. 그럼에도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군 단위뿐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 광역시들도 고령화와 인구감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방을 활성화 시키는 문제는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정책 추진 방식보다는 지역이 주도하면서, 단기간 성과가 아닌 긴 호흡을 가지고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 지자체가 학계,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 지역사회와 함께 주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설계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정부가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