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아 합격, 지난해엔 면접에서 탈락”
노인영 씨, 이화여대 3학년 휴학 중
부친 노경환 원장, 전주서 그린정형외과 운영
“운 좋게도, 열심히 공부했던 부분이 2차시험에 많이 출제됐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수’들이 즐비한 2차시험에서 수석합격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2022년 ‘5급 공무원 공채(행정고시)’ 행정직렬 일반행정직류에서 120명가량의 합격자 중 수석을 차지한 노인영(25) 씨는 1등의 영광을 ‘운 좋은 탓’으로 돌렸다.
노 씨는 지난해 행정고시에서도 2차에 합격했었다. 하지만 면접 탈락이라는 경험을 맛봤다. 그래서 올해에도 3차 합격자 발표 때까지 내내 마음 졸였다. 답안을 공부한 것만큼 작성하지 못해 “제발 합격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뜻밖에도 수석합격이었다.
그의 부친은 전주 그린정형외과 노경환(55) 원장으로 진안읍 가림리 은천마을 출신이며 은천초, 진안중, 해성고, 한양대 의대를 나왔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 건국의 ‘기를 받았다’는 마이산이 지척인 은천마을 곳곳에는 합격 축하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노인영(17학번) 수석합격자는 효문초, 기전중, 전주한일고를 졸업한 뒤 이화여대 경제학과 3학년을 마치고 휴학,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2년 가까이 행정고시 준비에 매진해 왔다. 1녀 2남 중 맏이고, 밑으로 쌍둥이 남동생이 2명 있다. 가족 전체의 응원은 수험생활에 큰 힘이 됐다.
그는 “대학 신입생 때부터 행정고시에 뜻을 뒀다”고 밝혔다. 1학년 학부 생활을 마치고 2학년에 올라가면서 행정고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경제학과를 선택했다.
행정고시 2차시험 일반행정직류의 당락을 가르는 가장 큰 변수가 경제학 득점이라고 판단해서다.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수험생활 내내 불안한 마음으로 살았다는 그는 합격의 비결에 대해 ‘성실성’과 ‘끈기’를 꼽았다. 주변에서 “되게 열심히 공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간을 아껴 썼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답안작성 요령을 연습, 체화시켰다.
숫자풀이 결과를 도출해 적어내야 하는 경제학과 중간·기말 답안지와는 달리 행정고시 2차답안은 서술형이다. 그는 “서술형 답안을 처음 연습할 땐 작성 요령이 부족해 애를 많이 먹었다. 하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에 충실했다”며 “그러면서 채점자에게 서술 요점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두괄식 답안 작성 요령을 터득했다. 이것이 수석합격의 뒷심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일하고 싶은 부처에 대해 “지금 당장 정해야 한다면 행정안전부나 문화체육관광부를 선택하고 싶지만 합격자 연수가 끝나면 바뀔 지도 모른다”는 그는 “동료 공무원들과 관계를 잘 맺고,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정책을 많이 펼쳐 뭇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게 꿈”이라고 했다.
고향 전주에 대해 “머리에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지는 곳”이라는 그는 “아빠의 고향 진안 은천마을은 마이산과 지척에 있어 어린 시절 추억이 많은 곳”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진안지역의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고 싶다”고 밝혔다.
부친 노경환 원장은 “고교 때 공부를 안 해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믿고 기다려줬다. 그랬더니 이런 영광을 안겨줬다”며 “공부를 극성스럽게 시키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는데, 이런 후회들이 수석합격 한 방에 날아갔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앉았던 자리가 빛나는 딸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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