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음악과 드라마 ‘심청가’
태어남과 동시에 맞이한 어머니의 죽음.... 딸바보 아버지의 간절한 사랑, 아버지를 위한 딸의 희생과 죽음, 환생 그리고 세상 천지를 밝히는 뜨거운 재회. 판소리 심청가는 귀명창이 아니라도 무릎을 탁치게 하는 눈대목들과 가슴 절절한 스토리, 화려한 판타지가 탄탄하게 결합된 음악극이다.
그래서인지 심청가는 동시대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해석에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이 결합되어지는 것을 쉽게 목격하게 된다. 멀리 찾지 않아도 된다. 2022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프론티어에서 로큰롤 심봉사뎐이 올라갔다, 그리고 2014년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에서는 전라북도의 10여명의 청년 소리꾼들이 판소리 뮤지컬 ‘청alive’를 올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2022년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만들어 낸 ‘심청 패러독스’가 있다. 모든 게 그대로인 듯. 하지만 낯설고 과감하여 지혜롭다.
△심청패러독스, 왜 모순이고 역설일까?
‘죽음’을 드러내며 ‘살아있음’을 강조한다. 혹은 ‘희생’을 꺼내놓고 ‘사랑’과 ‘용기’를 찾아간다. 이미지 또한 중세 서양의 어느 곳을 떠올리게 하며, 오늘의 극장을 그대로 담아 낸다. 이는 심청전의 이야기를 통해서 오늘을 ‘역’으로 ‘말’하고 하는 것은 아닐까?
△삼인의 여성 소리꾼
기존의 판소리은 소리꾼 혼자서 부채 하나로 다역을 해가면서 자신의 판을 이끌어간다.
이 공연은 3인의 소리꾼이 1인 다역, 3인 1역을 넘나든다. 마치 쇼트트랙의 장거리 계주처럼 서로가 서로를 밀어주면서 끊임없이 이어간다. 한순간 3인의 소리꾼이 스피드 스케이팅의 경쟁자들처럼 질주하기도 한다. 자신의 필살기를 펼치며 질주한다. 결국은 보이지 않는 지휘자가 있는 듯 협력하며 최고의 앙상블을 이룬다.
△온전한 판소리, 새로운 판소리 음악극
판소리는 음악이자 극이다. 심청패러독스의 음악은 분명 기존의 소리 대목들이다. 그리고 고수 또한 한명이다, 그래서일까? 해체와 조합을 통한 과감한 연출이 돋보였다. 독특한 무브먼트에 디테일하고 강렬한 조명이 결합되면서 형식적인 독창성을 완성하였다.
분명 온전한 판소리였다. 하지만 모든 게 전복된 듯 착각하게 했다. 관객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질문과 집중을 이끌어낸 매력적인 소리판이었다. 이 무대가 다시 선보이는 날을 기대해 본다.
오준석은
공연 프로듀서이자 뮤지컬 연출자이다. 판소리 음악극 <눈 먼 사람 심학규 이야기>, <날아라 에코맨>을 제작했으며 판소리와 뮤지컬을 접목한 <재인별곡>과 수궁가를 모티브로 한 판소리 음악극 <배꼽잡는 슬로우>를 쓰고 연출했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실험활동지원사업’의 퍼실리테이터, ‘어린이청소년예술활동지원사업’의 퍼실리테이터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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