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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기자의 예술 관람기] 문신: 우주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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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우주를 향하여/사진=문신미술관 제공

“인간은 현실에 살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우주)에 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창원시와 공동주체로 조각가 문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문신(文信): 우주를 향하여’를 지난 9월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최한다. 조각(95), 회화(45), 드로잉, 도자 등 총 230여점이 출품, 다방면에 걸친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 전모를 소개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치열한 生을 작품으로 승화한 문신(文信, 1922~1995)이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았던 작가의 자유, 고독, 열정이 이 시대에 보내는 메시지를 생각하게 하는 전시다. 한국과 일본, 프랑스를 넘나들며 이방인으로 살았던 작가의 삶은 진정한 창작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고, 문신은 지리적, 민족적, 국가적 경계를 초월했고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창작했다. 그는 형식과 내용, 물질과 정신,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깎음과 붙여감 등을 넘나들며 절묘한 균형을 창조한다. 그의 조각의 특징 중 하나인 ‘대칭’은 작품의 균형미, 정면성, 수직성, 고도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다.

문신은 1922년 일본 규슈 사가현의 탄광촌에서 마산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문신이 다섯 살이 되었을 때, 가족은 아버지 고향 마산으로 돌아왔다. 이때 문신은 짧지만,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한다.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부모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고 문신은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마침 운이 좋게도 화방에서 일하게 됐고, 주인은 성실한 문신에게 화방을 인계하게 된다. 문신은 피카소와 터너의 그림에 매료되어, 화방에 있는 재료로 화집의 그림을 묘사해서 팔기도 한다. 그렇게 문신은 운명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16세 때, 문신은 도쿄 일본미술학교 서양학과에 입학한다. 1945년 해방 후 문신은 고향 마산으로 돌아와, 엄청난 양의 ‘혜성같이 빛나는’ 작품을 발표하여 미술계를 놀라게 한다. 그는 돌연 1961년에 무일푼으로 프랑스 파리로 떠나, 외곽에 있는 고성(古城)을 수리하는 일을 했다. 이 일을 하면서 ‘입체’를 다루는 조각가로 전향하게 된다. 파리에서 ‘5월 살롱’, ‘동시대 대가와 청년작가 살롱’, ’실사실주의 살롱‘ 등 당시 주요한 살롱에 초대받고, 공원에 나무 조각상을 세우는 등 10여 년 동안 유럽에서 인정받는 조각가로 활동했다. 귀국 후 마산에 정착해 창작에만 몰두하다 직접 디자인과 건축한 문신미술관을 1994년 개관하고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삶을 마감한다. ‘우주’는 그가 평생 탐구했던 ‘생명의 근원’이자 ‘미지의 세계’이고 ‘고향’과도 같다.

1부‘파노라마 속으로’는 ‘지금 여기’의 삶을 성찰하는 구상회화에서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추상회화로의 변화를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조형미와 완성도가 높은 회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2부‘형태의 삶: 생명의 리듬’은 나무 조각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조각에서 형태를 가장 중시한 ‘생명의 리듬’은 창조적으로 진화하는 ‘생명력’으로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추상 형태를 볼 수 있다. 3부‘생각하는 손: 장인정신’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 능숙하고 표면이 매끄럽게 연마한 브론즈 조각에서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과 고된 노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4부‘도시와 조각’은 도시와 환경이라는 확장된 시각에서 조각을 바라보는 문신의 작품을 보여준다. 야외조각과 체불 시절 만든 ‘공원 조형물 모형’ 등이다. 특히 문신미술관은 작가가 직접 디자인하고 14년에 걸쳐 건축물로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이자 문신의 50년 예술세계의 종합이다. 다채롭고 신비한, 한 예술가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그린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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