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서가 선거판 좌지우지
공천장에만 눈독 지역은 뒷전
힘있는 사람 세워야 전북발전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과 함께 치러진 제13대 대통령 선거 때 노태우 김대중 김영삼 등 대선후보들이 새만금 개발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89년 11월 농림수산부에서 새만금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노태우-김대중 담판을 통해 1991년 11월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착공됐다. 환황해권의 경제중심지를 표방한 새만금 개발은 낙후 전북의 비상과 함께 대한민국이 글로벌 자유무역의 중심축으로 우뚝 서길 기대했다.
하지만 31년이 지난 지금도 새만금은 여전히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 대통령이 일곱 번이나 바뀌면서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가며 새만금의 성공을 굳게 약속했으나 결과는 말뿐이었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들어 공항과 항만 철도 건설이 가속화됐지만 아직도 언제 내부 개발이 완공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전북은 다른 모든 개발 기회를 포기한 채 30년 넘도록 오직 새만금에만 올인 해왔다. 그러다 보니 산업은 쇠락하고 경제는 쪼그라들고 젊은이는 고향을 등지면서 인구는 격감하고 있다. 전주를 제외하곤 13개 시군이 소멸 위기에 처했고 전주마저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전북의 각종 경제지표는 전국 최하위를 맴돌고 있다.
이 같은 전북의 낙후와 퇴보는 무엇 때문일까. 혹자는 역대 정부와 정권의 푸대접과 차별을 탓한다. 그러나 결국은 전북에 인물이 없다는 게 이구동성이다. 전북을 대표할 만한 사람, 지역 발전을 챙길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그러면 전북에 과연 인물이 없었을까. 집권여당 시절 전북출신 국회의장이 둘이나 나오고 사상 첫 집권당 대통령 후보도 배출했다. 여당 대표와 총리도 여럿 나왔다. 이들 모두 스포트라이트 받는 꽃길을 걸었으나 정작 전북 발전의 이정표가 될 만한 일을 한 게 별로 없다. 집권당 시절 남원에 부지까지 마련한 공공의대 설립은 흐지부지되었고 국제금융도시를 표방한 전주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공염불이 되었다.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전북만 모두 탈락해 도민적 공분을 사자 뒤늦게 전주~김천 철도 타당성 조사를 끼워 넣었으나 진척 여부는 미지수다. 초광역경제권에서 외톨이 신세를 면하기 위해 전북특별자치도를 설립하려 하지만 국회 법사위에 발목이 잡혀있다.
이런 암울한 상황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지난 12대 총선 때 황색 돌풍 이후 옷 색깔만 보고 찍다 보니 옥석을 가리지 못해왔다. 그동안 공천 여부가 당락을 좌우하고 선거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그러니 당 대표 눈치 보고 공천장에만 목줄을 댈 뿐 지역과 주민들은 안중에 없다. 이러한 선거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인물이 나오기 어렵고 전북 발전은 요원하다.
선거를 앞두고 매번 도민 여론조사를 해보면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뽑겠다는 응답이 항상 높다. 그렇지만 막상 투표 결과를 보면 특정 정당의 공천 여부가 절대적이다. 물론 여타 정당에서 인물다운 인물을 내세우지 못한 대목도 있지만 여전히 지역정서가 맹위를 떨친다. 앞으로 전주을 재선거와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줏대 있게 처신하고 중앙 정치무대에서 당당히 전북 목소리를 내며 전북 몫을 제대로 챙길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한풀이식 투표는 이젠 그만해야 한다. 그 인물 됨됨이를 보고 그간 전북을 위해,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해왔고 미래 비전 능력과 실행 역량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선출직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역량이나 능력이 미치지 못하면 즉시 내려와야 한다. 걸맞지 않은 옷을 입고 대접만 받으려 자리에 연연하면 지역 발전에 걸림돌만 될 뿐이다. 전북의 미래가, 우리의 앞날이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수석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