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다. 과거 새만금 방조제, 부안 핵폐기장 건립 갈등은 지역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현재도 전주·완주 통합, 군산·김제·부안 새만금 관할권, 임실·정읍 옥정호 개발 갈등이 상존한다.
전북일보는 전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22일 본사 7층 회의실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 서거석 전북도교육감, 정운천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이정린 전북도의회 제1부의장과 '전북 성공시대 새 길을 논한다'를 주제로 신년 좌담회를 가졌다. 현재 전북 발전을 이끄는 리더들의 생각과 의지를 도민들에게 전달하는 자리다. 이정린 부의장은 이날 대통령실 행사에 참석한 국주영은 도의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사회는 강인석 전북일보 편집국장이 맡았다.
△전북은 과거는 물론 현재도 내재된 갈등으로 지역 발전의 에너지가 분산되고 있습니다. 과거 새만금 방조제 건설, 부안 핵폐기장 유치 과정 등에서 갈등으로 인한 폐해를 경험했습니다. 갈등으로 인한 지역 발전 저해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김관영: 몇 가지 갈등으로 전북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이로 인해 자신감을 잃는 상황으로까지 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비단 새만금 방조제, 부안 핵폐기장뿐만 아니라 호남선 철도, 김제공항, 전주·완주 통합 등 중요한 단계에서 우리는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통상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실패를 넘으려는 또 다른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실패 과정에서 철저히 배우고 성공을 향한 자산으로 삼는 전북인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새로운 전북은 이 취약한 고리를 꼭 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운천: 어제(12월 21일) 대한방직 부지 비전 선포식에 다녀왔습니다. 20년 동안 개발해야 할 부지가 개발되지 않은 이유를 물으니 도지사와 시장 간의 갈등이 가장 컸다고 들었습니다. 어제 시장과 도지사 참석 하에 비전 선포식을 보면서 이제는 '협치의 시대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부적으로 이러한 갈등 요인이 상생 요인으로, 새해에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동인이 만들어진 게 의미가 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30년간 민주당 일당독주로 전북에는 상생할 수 있는 카드가 없어 그 폐해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는 데 대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한병도: 사회 구성 원리상 개인, 집단, 자치단체 간 갈등은 항상 존재하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과거의 갈등은 싸우고 마는, 어떠한 결과물도 도출하지 못하는 ‘소비적인 갈등’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도에서도 갈등중재위원회를 통해 시·군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갈등 주체들도 협의체에 들어와 해결책을 찾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갈등도 전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희망을 보았던 것은 이번에 전북특별자치도법을 추진하면서 도의원들이 자체 체계를 만들어 여야를 방문하고 다녔습니다. 이러한 힘과 기운이 국회에 다 전달됐습니다. 우리도 힘을 모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정린: 공공 갈등은 전북에서 많이 발생했던 부분인데 전북도의회에서도 갈등을 조정·해결할 수 있는 조례가 제정돼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의하면 갈등이 빠른 시일 내 합의돼야 일이 진전되는데, 갈등이 오래 지속되면서 아픔만 남은 사례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공공 관련 갈등이 있을 때 서로 소통하고, 득과 실에 대해 분명히 알려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는 협치가 필요합니다. 도의회에서도 갈등을 해결하는 데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서거석: 갈등으로 인한 사회 발전 저해는 정말 뼈아픈 일입니다. 전남·광주의 경우 대립과 갈등을 보이다가도 지역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 대해선 태도를 바꾸고 단결하는 모습을 우리는 쭉 보아왔습니다. 한편으로 아쉽기도, 부럽기도 합니다. 대립과 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만, 있더라도 대국적인 전제에서 소아를 버리고 전북 발전에 정말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판단해 함께 힘을 모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 편협한 이분법에 의한 편가르기,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 시절 전북 교육은 대립과 갈등의 대명사였습니다. 독선과 불통의 아이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기관과도 소통하고 화합하는 게 없을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산상의 엄청난 불이익을 받고, 그 피해는 결국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 모든 유관기관과 적극 소통해 행정의 시너지 효과를 높임으로써 전북 교육의 질을 향상하겠습니다.
△현재도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 내부 도로 건설에 따른 지역 간 경계를 둘러싼 시군 간 갈등, 옥정호 개발을 둘러싼 정읍과 임실의 갈등이 내재돼 있습니다. 다행히 전주·완주는 상생을 위한 협력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어 상생과 공존의 기대가 큽니다. 갈등으로 인한 지역 분열의 과거를 답습하지 않고 미래 전북의 발전과 도약을 위한 갈등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김관영: 소통과 참여, 개방성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제도적인 장치, 소위 ‘소통의 제도화’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옥정호를 둘러싸고 임실과 정읍이 갈등을 빚고 있는데, 옥정호 관련 민관상생협의체를 만들어 상시적으로 대화하도록 했습니다. 새만금권역 특별자치단체를 만들기 위해 군산·김제·부안이 뜻을 모으고, 도와 도교육청이 교육협력추진단을 만들어 끊임없이 협력하게 했습니다. 결국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조정하고자 하는 리더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합니다.
정운천: 민주당이 전북을 발전시키려 해도 예산이든 법안이든 협치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2년 전 김종인 위원장 체제에서 친호남 전략의 수단으로 상생 플랫폼인 호남동행의원단을 만들었습니다. 전북에서는 국민의힘 동행의원 20명이 시·군마다 제2지역구 운동을 통해 예산과 법안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5·18 단체들과 갈등의 고리를 풀며 5·18 공법단체 설립 법제화 등 모든 노력을 함께했습니다. 41년 동안의 첨예한 갈등을 풀고 지난해 5·18에는 저와 성일종 의원이, 올해 5·18에는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이 내려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함으로써 5·18 문제를 뛰어넘어 국민 통합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한병도: 앞서 지사님이 전북 발전을 위한 갈등 해결책의 좋은 사례를 이미 말해주셨습니다. 저는 이러한 것들이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반복해 드립니다. 지금은 갈등을 해결하는 노하우가 축적되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여러 갈등에 대해 사전에 준비하고 정리, 해결하는 모범 사례가 있었습니다. 공공갈등 예방 및 조정 해결에 관한 조례가 마련돼 있지만, 갈등조정자문위를 통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결국 자문위는 비상설화 됐습니다. 이를 상설화시킨다면 갈등을 더 효율적으로 조정·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2012년부터 갈등조정담당관을 두고 있습니다. 갈등관리종합계획 세워 추진하는 사례를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도도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통해 시·군 간의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조율합니다. 이렇듯 정치권의 협치뿐만 아니라 행정에서도 협치의 틀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존에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없었던 게 아닌데 제 기능을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존 기구를 제도화해 리더들이 의지를 갖고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면 좋을 듯합니다. 민선 8기는 협치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북도의 여야 정당과의 협치, 교육청과의 협치 등 눈에 띄는 협치의 노력들이 많았습니다. 그동안의 협치의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나요.
김관영: 그동안 하지 않던 협치를 추진해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도지사에 취임한지 6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성과들이 계속 축적돼야 합니다. 협치의 성과는 상대에 대한 신뢰에서 나옵니다. 진정성 있는 협치의 노력이 계속될 때 성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특히 제가 도지사로 취임하고 대학 총장과의 협력, 도교육청과의 협력을 제도화·정례화했습니다. 협치의 모든 목표는 전북 발전에 있어야 합니다. 이념이나 계층, 여야를 뛰어넘어 전북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간다면 민생과 실용적인 관점에서 상당한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 믿습니다.
△정치 부문 협치는 그동안 언론에서도 많이 부각됐습니다. 교육 부문에서도 대학 등 교육권 협치가 잘 이뤄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서거석: 민선 8기 출범 이후 지사님, 의원님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소통해 주며 교육적으로도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 잘 돼야만 작은 학교,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돌봄이나 방과후 학교 등 여러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는 구조(교육협력추진단)를 만든 것은 획기적인 일입니다. 앞으로 유·초·중·고·대학까지 포함해 교육 관련 현안에 대한 협치가 잘 이뤄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병도: 최근의 협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제가 17대 국회의원을 하고 12년 만에 다시 국회의원을 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지사님과 국회의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협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만남입니다. 이러한 만남이 계속 유지되면 뭐든지 협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북특별자치도법이나 새만금사업법도 협치의 성과물입니다. 우리도 스스로를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지사님, 교육감님, 국회의원들이 뜻을 합치니까 됐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협치가 유지되면 더 많은 성과로 도민에게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운천: 시대적 진단을 해보면 민선 7기까지 전북이 내적으로 분열·갈등으로 인해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외적으로 정치적 협치가 취약해 모든 악순환을 거듭했습니다. 민선 8기는 도지사, 시장, 교육감이 모두 바뀌었습니다. 이들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상생과 협치를 내걸었습니다. 말이 아닌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은 한 달에 한 번씩 정례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전남·광주는 협치 대상이 없습니다. 전북에는 저와 이용호 의원이라는 협치의 대상이 있습니다. 강원도는 14년 숙원사업(강원특별자치도)이 이제야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전남·광주의 변방이 아닌 독자 권역을 찾아보자는 전북특별자치도법은 8월 18일 저와 한병도 의원의 공동 기자회견으로 출발했습니다. 11월 28일 행안위 상임위를 통과했으니 100일 만에 성과가 난 것입니다. 협치만이 아닌 협치의 성과를 내자는 관계자들의 에너지, 노력이 결과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원했던 것이 쌍발통 정치였습니다. 이를 꽃피울 수 있는 상생 모드가 만들어져 더욱 뜻 깊습니다.
△전북도의회는 국민의힘 전북 동행의원 19명에 대한 명예도민증 수여를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과의 협치에 대한 도의회의 평가는 어떠신지요.
이정린: 도와 도의회 사이에 인사청문회 갈등도 있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정무 라인의 소통 부족으로 지사님의 협치가 엇박자가 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전북 발전을 위해서는 앞선 공공 갈등 해결처럼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상의해야 합니다. 도의회 역시 발목 잡기가 아닌, 지사님이 하는 사업에 힘을 실어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서로 소통·상생한다면 앞으로 도의회에서 그러한 갈등은 없을 것입니다.
한병도: 저는 전임 지사님과 도 역시 협치를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새로운 틀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높이 평가합니다. 전임 지사님도 당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보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더 많이 만나셨습니다. 전북 최대 예산 확보라는 결과도 전임 지사님이 현장을 많이 뛰고 야당과 협력·협치를 많이 한 결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노력과 결과가 지금에 와서 부정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정운천 위원장님께서 주도하신 호남권 동행의원은 도내 일부 시·군의 현안 해결과 예산 확보 등에 도움이 됐습니다. 호남권 동행의원 역시 정당의 정치적 협치라고 생각합니다.
한병도: 다양한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민주당 역시 영남 동행의원을 하고 있습니다. 정운천 의원님이 현역 의원으로 계셔서 현안과 관련된 생산적인 건 정 의원님이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신다고 봅니다.
정운천: 동행의원단을 만들어놓으면 잘 활용해야 합니다. 전북도는 호남 동행의원 19명에게 명예도민증을 직접 전달하는 행사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지역구별로 동행의원을 지정해 놨습니다. 국민의힘은 시·군마다 동행의원을 지정했습니다. 시장, 군수가 국회에 가면 예산, 법안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연결고리가 생긴 것입니다.
한병도: 그러한 문화와 제도는 높이 평가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동행의원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소통하는 게 중요한 것입니다. 서로 쌍방 간에 높이 평가해 줬으면 합니다.
이정린: 동행의원 19명에게 명예도민증을 준다고 해서 도의회에서는 전북 발전에 도움 준 사람이 아닌, 앞으로 잘해달라고 명예도민증을 준다는 부분이 의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의회에서도 취지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동행의원이 14개 시·군 현안사업들에 골고루 성과를 내도록 하는 공개적인 협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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