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승옥 전시를 보러 길을 나서려 아침 일찍 장애인 택시를 예약하고 전주의 청목미술 관에 도착하였더니 1층에서는 재불 작가 손석의 전시 준비가 한창이었다.
글로벌한 작가답게 흥미로운 것이 많아 글로 만들어져도 좋을 그림들이었으나 관심 있게만 둘러보고, 내 원래의 취지가 이 지역의 작가만 다루자는 것에 충실하기 위하여 유승옥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거의 추상회화이다.
사진을 찍으며 진지하게 한 바퀴를 돌았으나 아직 감이 안 잡힌다. 이 작가에 대해서는 사전 정보가 전무하니 더욱 작가의 의중을 짐작하기 어려워 또 한 번 둘러본다.
우선 원의 형태가 눈에 많이 띈다. 그러다가 2018년 10월에 있었던 전시의 팸플릿을 보고 그 원들이 달항아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다른 의미도 있겠으나 모름지기 내 편의를 위해서 그렇게 짐작을 하고 추리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달항아리를 소재로 삼으면 그 주제를 위해서 질감을 묘사하는 흔적이 있어야 하고 명암과 음영률을 따지는 일루젼의 효과에 신경을 몰두하는 것이 달항아리 작가들의 일반적 시각인데 그런 객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것을 차용하여 자기의 주관만을 표출하고자 했음이 여실히 눈에 띈다.
말하자면 달항아리가 주체가 아니라 달항아리는 단지 작가의 주관을 표현하기 위하여 차용되어진 것이라고 보였다.
그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들은 달항아리의 실체보다 차원이 높고 깊은 불성이었고, 만다라였으며, 거기에 연유한 인간애였다.
자기의 변을 강하게 어필하려다 보니 어쩌다 하모니즘 경향의 작품도 더러 보인다. 이런 마음은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들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해야 할 말은 많은데 한정된 공간에서의 욕심이었다. 여기에 지역의 선배로서 한 마디만 조언하겠다.
장욱진 선생이 하늘나라로 가셨을 때 이름 잊은 서울공대 교수가 무슨 신문인가에 산업만 찾고 고위 공직자나 정치가, 연예인들에게만 쏟아지는 이 나라의 분위기를 질타하는 긴 글을 본 적이 있다.
위대한 화가의 별세 소식에 인색한 미디어에 대하여 이 나라의 고급문화는 죽었다고, 그것도 공대 교수가 쓴 분통 터지는 글을 본 적이 있는 만큼 위대한 철학자이고 예술가인 장욱진 선생. 내 젊은 날, 선생이 일찍이 발표한 "강가의 아뜨리 에"라는 책을 읽으며 "이 글은 잉크를 찍어 쓴 게 아니고 넘쳐서 나오는 잉크로 썼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너무나 자연스럽게, 쉽게, 그러면서도 있는 감동을 모두 느끼게 쓰여졌던 책, 위대한 사상가였던 선생은 내가 아직도 말뿐이지 가끔 놓치고 있는 한 마디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그림에 있어서도 보태기보다 빼는 것이 더 힘들다"는 말씀, 같이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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