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장수농협 본점 직원 이씨 극단적 선택
유족 측 “상급자 갑질에 조치없이 오히려 증거 인멸”
장수농협 측 “피신고인과 분리 등 충분한 조치 취해”
“어떻게 해도 이제 고인은 돌아오지 못합니다. 장수농협도 장수경찰도 못 믿겠습니다. 수사를 명명백백하게 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장수농협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원인이 직장 내 갑질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일 오전 장수농협 경제사업장 잡곡처리장 마당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직원 이모씨(33)가 숨져 있는 것을 다른 직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씨가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처리 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 돼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씨의 부모와 남동생 등 유족들은 이날 오전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는 10개월 간의 극심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고 결국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고인이 됐다. 장수농협 직장내 괴롭힘의 실태를 밝혀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 씨의 근무처였던 장수농협 영농자재센터에 A씨가 센터장으로 부임하면서 업무 마찰과 함께 A씨와 다른 상급자의 갑질이 시작됐다고 한다.
유족들은 “주차장에 주차한 자리를 트집잡는 것부터 ‘너희 집은 잘사니까 코로나 검사키트 부족분을 메꿔라’, ‘킹크랩을 사오라’ 는 등 여러 직원들 앞에서 모욕감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이 지속됐다”고 주장하고 “제대로 된 조치가 없자 지난해 9월 결혼을 앞두고 첫 극단적 선택 시도를 했었다”고 분노했다.
실제 이씨가 남동생과 주고받은 SNS메시지 내용에는 “1월부터 7월 사이 약국에서 12만 원 결제된 것이 있어”라며 “사무실 자가키트를 내가 다 쓴다며 A씨가 사두라고 한 거 기록이 있을 거야”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씨는 직장 내 SNS 단체 대화방에 “A씨 등의 지나친 관심과 지나친 업무량, 매일 아침 인사만 해도 눈만 마주쳐도 욕설과 인격 모독 모두 참았다”며 “다른 직원이 들어오면 저한테 한 것처럼 하지 말아주세요. 저 하나로 족합니다”라고 갑질을 암시하는 글을 적고 "이제 힘낼 힘도 없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기까지 했다.
특히 유족은 이씨가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조합이 센터장 A씨와 실질적인 분리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씨가 갑질 내용을 사내 컴퓨터에 상세히 기록했는데 명령휴가 기간 중 조합측에서 관련 자료를 고의로 폐기처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수농협 측은 갑질은 없었고 고인을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했다는 입장이다.
장수농협 관계자는 “9월 말 문제를 인지한 이후 즉시 이씨에 대한 휴가 조치 및 A센터장 등 갑질 의혹이 있는 다른 상급자와의의 업무 등을 분리했다. 휴가 기간 중 결혼이 이뤄졌기에 신혼여행 기간 말미쯤 '신혼여행이 끝나면 출근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며 “본인이 출근하겠다고 답해 10월 17일부로 총무계로 출근 조치했다”고 전했다.
컴퓨터 자료 고의 폐기 의혹에 대해서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지난해 4월경 컴퓨터 교체가 예정돼 있었고 필요한 자료는 백업해두라고 모든 직원에게 공지했다”며 “고인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해 매주 금요일 휴가 조치도 해주는 등 농협 측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유족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장수농협 조합장과 상임이사, A씨 등 4명이 직장 내 괴롭힘 등을 방관했다는 내용으로 고소장을 전북경찰청에 접수했으며, 고용노동부 등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엄승현 기자·송은현 수습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