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손’이라는 논리를 내세운 말은 경제를 조금이라도 공부할 때 쉽게 접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보이는 손’에 의해 우리 경제는 돌아가고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딱히 공부하지 않아도 실생활에서 쉽게 체득하게 된다.
스미스가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한 ‘보이는 손’의 내용은 정부와 같은 특정의 집단 혹은 소수의 이익집단이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들의 의지대로 가격이 임의로 조절되거나, 독과점 현상으로 자원의 자유로운 유통을 막아, 시장의 순기능을 막아버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스미스는, 정부는 국방, 사법, 공공 토목사업 같이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나 개인이 하려고 하지 않을 일만을 해야 하며, 특정 집단이 법을 등에 업고 자원을 독점하여 시장 유통을 통제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 말의 뜻은 너무 유명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접할 수 있다.
‘보이는 손’과 ‘보이지 않는 손’의 차이를 우리는 지금 시대에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다 항해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빙산’이라고 한다. 빙산 대부분은 물속에 있고 극히 일부분이 모습을 보여 자칫 어설프게 대응을 하면 큰 사고를 자초하게 된다고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부터 지자체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한 모금 활동에 들어갔다. 이에 답례품으로 가장 자랑스럽고 자기 고장에서만 생산되거나 자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내놓고 있다. 그것이 물건이든 여행상품이든 기부자에게 호감을 끌어내 기부를 받고자 하는 것이다.
소위 지자체가 내놓고 있는 브랜드는 대개 그동안 당연하게 연상되었던 것들이다. 고원, 고추장, 된장, 복분자, 곶감, 산, 강, 바다 등등 여러 가지 품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알려진 품목도 있지만 새롭게 구성된 품목도 물론 자랑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구축된 것들이다. 물론 지자체에서 꾸준히 홍보한 효과도 한몫한다.
예전에 입소문은 지금처럼 SNS라는 매체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미장원, 목욕탕, 시장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지금의 모습으로 보이고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막무가내로 홍보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인정하고 수긍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즉 그 지방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암묵적으로 인정을 받아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공모사업 심사할 때 정량적인 평가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가치인 정성적 평가를 도입해서 효율과 경제성만으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지역이 잘 살기 위한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다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 재정과 시스템으로 억지로 만들어나갈 수 있지만, 지역민들의 호응이 없이는 단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하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알고 있다.
지역민들이 느리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지역이 잘 살 수 있다, 집행하고자 하는 집단에 대한 신뢰가 먼저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역 발전은 하루아침에 눈부시게 변하거나 성과를 올릴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거든 참음으로 기다려라’는 말을 상기했으면 한다.
/이근석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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