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의 상생, 협력, 공생. 학교 교육 및 구성원의 통합, 혁신, 그리고 실천. 오는 2026년 12월까지 임기 4년의 원광대학교 제14대 총장직을 맡게 된 박성태 신임 총장(64)은 인터뷰 내내 학교 안팎의 협력과 합심을 강조했다.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지역사회 위기, 갈수록 줄어드는 학령인구로 인해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대학의 상황을 타개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생·혁신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취임 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 총장을 만나 앞으로 원광대학교가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들어 봤다.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40여년 봉직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학교 발전을 위해 정책화하고 실천해보고자 하는 차원에서는 적지 않게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엄중한 현실을 생각하면 무거운 책임감으로 중압감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지역대학이 안고 있는 공통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총장 공모 당시 ‘두렷한 통합과 혁신’을 표방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두렷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엉클어지거나 흐리지 아니하고 아주 분명하다’입니다.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특히 우리 대학의 설립 종교인 원불교에서는 각별한 의미로 많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위기에 직면하거나 어려움에 처하면 모든 조직은 단합된 모습으로 이를 극복하려 하기 보다는 서로의 잘못을 탓하고 의견은 사분오열되기 쉽습니다. 해법은 제각각 난무하고 현란하지만 정작 실천에는 머뭇거리거나 미루거나 아니면 피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지요. 위기를 극복하려면 첫째 위기의 원인을 명확히 진단하고, 둘째 이를 극복하기 위한 분명한 처방과 전략이 마련돼야지요. 그리고 셋째는 어떠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서라도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와 행동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특히 세 번째의 실천력은 참으로 갖추기 어려운 것입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앞장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모범을 보이고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뒤에서 마련해 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모두 감안해 하고자 하는 바람을 실어서 간결하게 표현하고자 한 것이 바로 두렷한 통합과 혁신입니다.”
취임사에서 교육과 연구, 봉사를 대학의 기본적인 사명으로 강조했습니다.
“대학이 지향해야 할 사명은 시대적 흐름이나 과학 기술의 발전 양상에 따라서 다소 그 강조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유의 사명은 바로 교육과 연구, 봉사지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가장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 대학입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맞게 선제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교육을 혁신해서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문 분야, 즉 학부나 학과를 제시함으로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공부하고 졸업 후에 목적하는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마땅한 사명이지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교수들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을 사회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봉사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장으로서 갖고 계신 교육 철학이 궁금합니다.
“교육에 있어서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강점을 살려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점을 보완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인 개인이 갖고 있는 재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특히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기초학력이 많이 부족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학생들이 학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갖고 자신의 재능을 키워가기 위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신의 관심 사항을 친구나 교수들과 토론해 보고 만들어 보고 표현해 보고, 즉 몸으로 직접 체험해 보면서 흥미를 유발한 다음 필요성을 절감한 후 스스로 이론적 학습에 접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운동이나 취미 활동도 정당히 평가받고 학점으로도 인정받아 향후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이 설계돼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원광대학교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사실 오늘날 지역대학들이 안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미래의 청사진 운운하는 것도 사치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만큼 현실은 엄중하다는 뜻입니다. 우리 대학이 갖고 있는 인프라며 전 영역에 걸쳐 설치돼 있는 학문 분야는 어느 대학도 갖지 못한 장점이 많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보건의료 전 분야를 갖추고 있고 법학전문대학원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강점이 있는 반면 국가의 정책적 차원에서 진행된 프라임 사업으로 인한 이공계열 학과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외면하고 있는 인문학부가 많은 비중을 차기 하고 있어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지요. 전통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의료 분야 등은 더 부각하고 추동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전공의 경우 과감한 구조 개혁을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나 전공으로 적극 유도해 정상화시키는 것이 총장으로서 가장 긴급하게 해야 할 현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현실적인 목표이고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장으로서 특별히 중점을 두고 살피는 부분이 있다면.
“학생들이 가고 싶은 대학, 교직원들이 근무하고 싶은 대학, 지역사회로부터 인정받는 대학을 만드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우선 첫째로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은 바로 위해 시대가 원하는, 그리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전공과 학과로의 대대적인 개편입니다. 인구 감소에 따라 많은 대학들이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과 학과에는 아직도 학생들이 많이 모이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의 경우도 반려동물이나 경찰행정 혹은 복지 관련 학과가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새로 개설한 국방기술학과나 의료상담도 좋은 결실을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통해 새로운 많은 학과를 신설할 것입니다. 둘째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행정 서비스의 효율화 및 고도화입니다. 업무 구조의 재·개편을 통해 조직의 효율화 및 비용 효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교수들의 연구 기반 확대 및 외부 연구 수주 능력 제고를 통해 수익사업화입니다. 대학 발전의 시드머니는 단순히 발전기금을 모금하는데 그치지 않고 창조적 아이템을 바탕으로 조성해 나가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지요.
“제가 총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구성원들에게 가장 호소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제 대학과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전례 없이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제까지 대학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운운하면서도 현재까지는 지역사회로부터, 특히 지방정부로부터 어떤 혜택이나 협조 혹은 정책성 자금을 받아내는 것만 관심을 갖지 않았나 하는 반성입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모름지기 지역사회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역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개발해 내고 지역을 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어젠다를 발굴하고 제안하고 선도적으로 여론을 이끌 책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지역 산업이 발전하고 인구도 늘고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돼는 것이고, 이는 결국 대학의 입학생 증가로도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마련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전북도민 여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화하는 시대를 선도하고 이끌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만 기회가 있는 법입니다. 이제 지역과 대학은 그 어느 때보다 협력과 공생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전라북도가 4차 산업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농생명 산업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1억 평이 넘는 세계 최대의 간척사업으로 알려진 새만금의 광활한 기반 조성은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대학이 지역 발전의 어젠다를 발굴하고 산업을 선도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기업과 대학, 대학과 지역이 하나가 돼 협력한다면 앞으로 미래를 매우 밝게 열어갈 수 있습니다. 대학이 지역의 발전과 변화를 이끈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작은 것부터 실천해 가는 모범을 보인다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믿음을 얻고 이소성대의 정신으로 나아간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대학도 망설이지 않고 지역사회를 위해 나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박성태 총장은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손자인 박 교수는 남성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지난 1985년 원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임용돼 원불교 교수협의회장, 경상대학장, 경영교육원장 등을 역임했다.
또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 한국산업경제학회장, 대한경영학회장, 한국재무관리학회장, 만인동참보은장학회장 등 그동안 다양한 대외활동을 펼쳐 왔다.
대담=엄철호 기자·정리=송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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