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많은 언론에서는 생활한복의 ‘일본풍’ 변질이란 논란으로 난상(亂想)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전주의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한복문화 진흥을 위해 만든 직원의 생활한복에 대한 왜색 의혹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지역의 전통예술가로서 의견을 토로(吐露)하고자 한다. 우선 한복과 개량한복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자. 한복이 무엇이며 한복이 개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패션에서 의미하는 한복의 정통성은 무엇일까? 자, 한번 허심탄회(虛心坦懷) 이야기해 보자.
한복은 우리 대한민국의 전통의상이다. 한복의 역사를 찾아보니 <한복은 한민족의 전통의상을 말한다. '한복'에 대하여 흔히 보통 ‘조선 후기’의 복식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엄밀히 말해서 한복은 특정 시기의 특정 복식이 아닌 '한민족의 전통의상' 그 자체를 가리킨다>란 글을 보았다. 그렇다. 한복은 시대를 불문하고 역사와 전통이 함께한 한민족 고유의상이다. 우리의 한복은 시대에 맞는 변화를 포용하며 전승됐다. 즉 정체성을 갖고 재창조되었다는 사실이다. 전통음악 또한 그렇다. 수백 년 전 전통음악을 그대로 계승하지만, 한편으론 현대에 맞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기도 한다. 의상도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주복을 살펴보면 <옷감이 검은색인데, 보통 한복은 밝은 모노톤을 사용한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깃도 얇다 보니 일본 주방장 옷 같다>란 현 난상(亂想)의 내용처럼 검거나 어두운색이며 깃도 얇게 디자인하여 만들었다. 그러나 아무런 이견(異見)없이 국내외 연주 무대에서 활발히 연주복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생활복으로 만든 논란의 개량한복은 깃을 회색으로 연주복과 달리 어두운색을 사용했는데 아마도 그것은 1시간 남짓의 연주회를 위한 옷이기보다는 하루의 모든 일과를 입고 지내야 하는 생활한복의 배려 때문 아닐까? 또 다른 담론을 이야기하자면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한쪽에만 있는 얇은 외깃은 논란의 화제에서 어떠한 정체성으로 이해해야 할까? 한쪽 얇은 외깃이라 하여 국적이 없는 옷이라 논해야 하는지? 그것은 바로 디자이너의 고뇌와 열정이 담긴 결과물이다. 또한 <근무복의 옷깃 문양을 우리 전통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란 이견도 있는데 경상북도립국악단에서는 벌써 10여 년 전 옷깃 문양에 사군자 중 하나를 넣어 창의 개량한복을 만들었고 독특한 연주복으로 도민에게 적극 다가선 사례도 있었다. 사군자는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소재가 아니다. 문양도 마찬가지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의 로고가 독창적이라면 세계에 다가서는 우리 전통한복의 매개체로 창의적 쇄신을 함께 할 수 있다. 단, 그 속에는 <대한민국의 얼>이라는 정체성이 들어가야 한다.
지역의 재단인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선도적 역할을 하는 단체이다. 재단의 가치(Value)를 살펴보았더니 육성, 창의, 확산이었다. 육성이란 전통문화콘텐츠 활용을 통한 산업화요, 창의는 전통문화재창조를 통한 거점화, 확산은 한국 전통문화의 세계화였다. 거점화와 세계화에는 현재처럼 아픔도 있을 것이요 애환도 많을 것이다. 지역의 전통문화에 대한 도전과 패기는 대한민국의 문화 중심을 위한 과정이다. 잊지 말자. 지역 문화의 정체성은 대한민국을 이루는 문화의 근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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