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조합장의 권한과 지나친 선거운동 규제가 전국동시 조합장선거 불법 선거운동의 원인이 되고 있다.
조합마다 적게는 수 억 원에서 수십 억 원을 뿌려도 당선만 되면 본전 이상을 거둘 수 있다는 심리도 금품선거를 부채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와 달리 조합장 선거는 본인만 선거운동 복장과 명함을 배부할 수 있다. 유세차와 호별 방문은 물론 후보자 토론회도 할 수 없다.
조합 내 이사회나 감사 등 견제 기구가 있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지역사회에서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오히려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에게 막강한 입김을 작용할 수 있는 이사나 감사가 조합장의 편에 선 경우가 많아 새롭게 조합장에 나선 후보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이사나 감사의 임명이나 당선에 조합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합원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직원들마저 현직 조합장 쪽에 기울어져 있는 게 대부분이어서 이 역시 현직 프리미엄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돈이라도 써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회하려는 심리와 어떻게든 현직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부정선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선만 되면 대부분 1억 원에 육박하는 연봉에 별도의 업무추진비를 받는 것은 물론,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조합장 자격으로 각종 행사에 참여해 얼굴을 알리면서 정치권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만들기도 한다.
실제 전북지역에서도 조합장 출신이 자치단체장에 당선되는 경우도 있었다.
조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수십 명에서 100여명에 달하는 조합직원들의 인사권을 조합장이 갖고 있고 하나로마트와 주유소 건립에도 조합장이 최종 권한을 가지면서 마음만 먹는다면 선거당시 뿌렸던 자금이상을 충분히 뺄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이 때문에 조합장의 제왕적 권한이 농촌 고령화와 맞물려 조합의 폐쇄성과 부정선거, 돈 선거를 조장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때마다 불거지는 무자격 조합원 문제도 전국동시 조합장선거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난 해 국감자료에 따르면 제1회 전국동시 조합장선거 직전 해인 2014년 전북에서 적발된 무자격 농협 조합원은 9169명에 달했다.
반면 2012년과 2013년에 적발된 무자격 조합원은 각각 2857명, 3580명에 그쳐 선거를 앞두고 ‘가짜 조합원’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2회 선거 직전에서도 9201명이 적발됐으며 지난 해 9월까지 전북에서 적발된 무자격 조합원은 4677명으로, 2020년(4644명)과 2021년(4628명)을 이미 뛰어 넘었다.
총 4명의 조합장을 뽑는 전북지역 수협에서도 200여명의 가짜 조합원이 적발됐었다.
무자격 조합원의 선거 참여는 출마자의 당락 여부를 떠나 농협의 운영과 의사결정 등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가짜 조합원을 적발하는데 한계가 있다.
원래 농협의 경우 행정기관에서 농지원부를 발행하면 조합원의 자격이 주어지는데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무자격 조합원을 판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해마다 조합원 영농실태조사를 통해 조합원 자격 유지여부를 판별하고 있지만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는다고 주장할 경우 진위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아 선거 때마다 무자격 조합원 논란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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