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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동화작가 - 박월선 작가 'VR로 만나는 오샛별'

첫 그림책에 담은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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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월선 'VR로 만나는 오샛별' 표지 /사진=알라딘 제공

고등학교 1학년 미술시간으로 기억한다.

봄날, 우리 반은 야외로 나가 풍경화를 그렸다. 두 시간이 주어졌는데 나는 내신을 잘 받고 싶어 남들 떠들고 노는 중에도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렸다.

교실로 돌아와 내가 그린 그림을 설명하는데 선생님 낯빛이 어두웠다. 설명이 끝나고 선생님이 차갑게 한마디를 던졌다. 

“넌 그림을 그리랬더니 도화지에 장난을 쳤니!”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그날의 비루한 온도와 미술선생님의 유난히 곱슬 거렸던 고수머리 한 올 한 올까지 또렷이 기억난다.

그 후로 그림을 그릴 일이 생기면 그때 일이 어김없이 떠올라 펜을 쥔 손에 힘이 빠졌다.

내게 그림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그런 영역에 전공자도 아닌 동화작가가 그림책을 출간했다니 놀랄밖에. 내겐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 그 작가에게는 현실이었다.   

책 소개를 보니 박월선 작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취미삼아 그렸다고 한다.

취미의 영역이었던 그림을 뒤늦게 접한 이유는 타사 튜더처럼 정원을 꾸미며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 때문이다.

소망을 이루기 위해 작가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웠고 2여년의 노력 끝에 <VR로 보는 오샛별>(글·그림 박월선)을 탄생시켰다. 

<VR로 보는 오샛별>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장치로 인해 휴교령이 내려지자 VR로 친구를 만나는 나노하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노하는 가상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VR을 쓰고 햇빛정원을 구경한다.

그곳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친구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특히 친구 오샛별과 함께 해서 노하는 더욱 즐겁다. 

작가는 'VR'이라는 소재를 통해 환경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세먼지로 인해 실재하는 세상을 마주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VR은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VR로 만난 세계는 진짜가 아니다.

진짜가 아닌 세상에서 보고 들은 것도 또한 진짜일리 없다.

미세먼지나 전염병 모두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 결과물로 인해 아이들이 진짜가 아닌 가상세계에서 살 수밖에 끔찍한 현실이 올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경고한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햇빛공원이 보였어요.

밖은 뿌옇게 미세먼지로 덮였어요.

지금 당장 공원으로 뛰어가고 싶어요.

작품 마지막에 나오는 이 세 문장을 통해 ‘현실은 미세먼지 속이지만 그럼에도 자연과 인간을 갈망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류영선 그림책 미술평론가는 박월선 작가를 파블로 피카소에 비유했다.

파블로 피카소는 생전에 ‘나는 평생 아이처럼 자유롭게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월선 작가의 일러스트는 천진하고 자유로운 드로잉을 바탕으로 인상주의 화풍을 표방한다고 했다. 

2년 동안 누구보다 먼저 홍대 미술실에 출석해 수업 내용을 체크하고 구상했다는 박월선 작가는 성실을 무기 삼고 동심을 재능으로 장착해 아무나 해낼 수 없는 일에 도전해 결과를 창출했다.

정말이지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 그림책의 묘미는 기교를 부리지 않는 데 있다.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 그림에 변화를 준 것도 특이점이다.

세밀하게 표현된 그림을 보고 있자니 사물을 꼼꼼히 관찰한 작가의 노력이 보인다.

언뜻 보면 진짜인 듯 착각이 드는 자연스러운 색감도 좋다. 

박월선 작가의 그림책 덕분에 내게 너무 먼 당신이었던 ‘그림’의 세계에 한 발 진입한 기분이다.

그 먼 옛날, 여고생의 축 늘어진 어깨를 다독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VR로 보는 오샛별>을 들고 미세먼지 없는 날 아이 손을 잡고 그림 속 자연물을 찾아 여정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자연과 사람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근혜 동화작가는 2012년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다짜고짜 맹탐정> 등 다수의 장편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출간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상주작가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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