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기부하셨습니까?”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꼭 한마디씩 묻곤 하는 말이다. 개인이 주소지 이외의 지자체에 자발적으로 기부함으로써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과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두 달을 넘어서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최근 국가 총인구의 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고향사랑기부제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아 기대도 크다.
고향사랑기부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발적인 기부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열쇠이다. 단순히 기부자의 애향심에 호소하거나 답례품 제공만으로는 지속적인 기부를 유도하기에 부족하다. 그간 지자체는 답례품 개발에 역점을 두었지만, 이제는 기금사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고, 기부자도 공감할 수 있는 사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위한 빨래방을 설치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백원택시’를 운영하는 등 기존 사업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완주군에서는 일찌감치 ‘먹거리 복지’와 ‘에너지 복지‘를 우선으로 하는 기금사업 운영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기부자가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포인트를 모아서 ‘로컬푸드 꾸러미’를 만들어 먹거리 취약 계층에게 배송하는 사업도 시작한다. 여기에 기부자들이 기금사업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기부자의 공감을 얻기가 더욱 쉬울 것이다.
또한 기관간 연계 협력 또한 중요하다. 최근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자체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전북 고창군과 경북 포항시는 공동 브랜드인 ‘동서지간’을 만들어 양 지역의 특산품인 김과 과메기를 하나의 묶음 상품으로 출시하였다. 서울시장은 제주도에, 경기도지사는 전북도에 기부하여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호협력을 다짐한 사례도 있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전주시와 장수군이 상호 기부를 통해 후백제 역사문화권 발전을 위한 협력 의지를 다졌다. 인접 지자체는 행정구역 등의 쟁점으로 때로는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가 상생의 계기를 만드는 모습이다.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지역간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최근 은행권도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협업을 추진 중이다. 농협은 고향사랑 기부자를 대상으로 우대금리 금융상품을 출시하였고, IBK기업은행은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제공 업체를 대상으로 대출금리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시행 첫해를 맞이한 고향사랑기부제는 올해 성공적인 안착이 매우 중요하다. 하반기에는 자발적인 기부가 이어져 주변에서 “저도 기부했습니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를 바란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자체·중앙정부·민간의 협력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균형발전을 이끄는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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