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23:33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자체기사

[전북 기업 도전과 성공 스토리] 백년가게 쌍용반점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백년가게 쌍용반점
매일같이 새벽 시장 나가서 장 보는 고 대표
"짬뽕 세계인의 음식으로 만들고 싶어"

 

image
군산 쌍용반점 고용수 대표가 불을 내뿜으며 요리를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경력을 거꾸로 읽어 보세요. 그냥 얻어지는 경력은 없습니다."

카피라이터 출신 정철 작가가 펴낸 <내 머리 사용법>(리더스북)의 일부분이다. 중화요리 외길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영수(71) 대표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다.

고 대표는 1973년 9월 군산에 중화요리 전문점인 쌍용반점을 열었다. 당시 동네 주민들이 찾던 쌍용반점은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로변에서 바다가 보이는 외곽으로 자리를 옮기고 주말만 되면 가게 앞에 줄을 서는 어엿한 중년 가게로 자리매김했다.

고 대표가 스물한 살에 문을 연 쌍용반점은 군산전통명가, 백년가게로 인정받았다. 군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명 중화음식점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그 안에서도 쌍용반점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 대표는 "군산전통명가, 백년가게 등으로 인정받은 것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손님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내어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한 그릇 한 그릇 정성을 다해야 무너지지 않고 오래 가는 가게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고영수 쌍용반점 대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손님에게 감칠맛 나는 음식 한 그릇을 내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패스트 푸드처럼 빨리 나오는 것이 특징인 중화요리지만 고 대표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한 그릇 한 그릇을 만들기 시작한다.

고 대표는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벌려면 미리 끓여 놓고 주문 들어오면 다시 한소끔 끓여서 손님 상에 내 주면 되지만 돈 신경 안 쓰고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그때그때 만든다는 철칙을 가지고 영업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50년 동안 쌓아온 공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신념을 원칙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쌍용반점의 자랑은 정성이다. 군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바지락, 홍합, 오징어 등 군산에서 나오는 어패류를 쓰고 소뼈로 국물을 우린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매일같이 새벽 시장에 나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싱싱한 식재료만 사는 일을 반복한다.

그는 "하루의 시작은 장보기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져 직접 가서 사지 않아도 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사야 마음이 놓인다. 5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니 이제 그냥 먹고 자는 일처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장 보러 다닌다. 우리 가게 음식이 신선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50년 세월을 달린 고 대표에게도 간절한 바람이 있다. 바로 짬뽕을 세계인의 음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고 대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게 전수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다. 계속 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인력을 확보하고 전수해 짬뽕이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image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화요리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군산 쌍용반점 고영수 대표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조현욱 기자

고영수 쌍용반점 대표 "만약 혼자 했다면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쌍용반점은 50년 됐지만 쌍용반점 직원들은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 역사를 자랑한다. 고 대표는 인터뷰 내내 50년이 지나도 사랑받고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 덕분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50년 전 대로변 작은 몸집의 쌍용반점은 타지역 사람들보다는 동네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가게였다. 한 그릇이라도, 조금은 먼 거리라도 자전거를 타고 배달하면서 단골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 대표에 따르면 당시 화교가 아닌 한국 사람이 중화요리를 하면 대부분 실패했지만 오랜 시간 호흡을 자랑하는 직원들과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동네 주민들이 있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군산 바다가 보이는 외곽에 건물을 짓고 쌍용반점도 자리를 옮겼다. 동백대교가 나면서 대로변에 있던 쌍용반점도 철거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 대표는 아무리 오랜 시간 영업했지만 자리를 옮기면 손님이 줄면서 매출도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고 대표는 "아무래도 대로변에서 장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외곽으로 빠지면 확실히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다가 보이기 때문에 횟집이라면 장사가 잘 될지 몰라도 중화요리를 했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며 가게 이전하던 날을 회상했다.

하지만 고 대표의 걱정과 달리 손님들에게 바다가 보이는 위치의 중화요리 전문점은 신선했는지 하루하루 입소문을 타더니 대로변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손님이 찾았다.

그러나 즐거움은 잠시였다. 쌍용반점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예상도 못 했던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급감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1/3로 줄었다. 

그는 "인건비 걱정이 너무 컸다. 매출이 생각보다 더 줄어서 고통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어려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인원 제한도 풀리면서 손님들이 다시 오시기 시작했다. 거의 80% 정도 회복됐고, 조금만 더 지나면 100%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고 대표가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 덕분이다. 그는 "오랜 시간을 지내서 그런가 직원들과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이야기를 했다. 조금만 참고 이겨내자, 살아가다 보면 이런 일도 있다면서 함께 응원해 주고 토닥여 줘서 버틸 수 있었다"며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향후 쌍용반점은 며느리 또는 중화요리 전문점 영업을 꿈꾸는 유능한 젊은 세대가 대를 이어갈 전망이다. 고 대표는 "며느리에게 이야기는 했지만, 꼭 가족이 대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화요리에 관심이 있는 젊은 친구들이 있다면 그 친구들에게 물려 줄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북에 있는 모든 백년가게 대표님들이 장인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손님과 마주하면서 오랜 시간을 갈고 닦으면서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나. 모두가 영업도 잘 되고 또 대물림도 잘 돼서 전라북도의 맛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정말 간절한 소망이다"고 마무리했다.

고 대표는 전북백년가게협의회 부회장, 한국외식업중앙회 군산시 지부장 등을 맡고 있다.

박현우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백년가게 #쌍용반점 #중화요리 #군산 중국집 #고영수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경제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