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서일초 교통안전시설물 '넉넉'
전주남초 후문 쪽은 인도조차 없어
시 "도로 폭 좁아 인도 개설 어려워"
지난 8일 대전 한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9살 배승아 양이 음주차량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전국적으로 학교주변 교통안전 시설물 미비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전북일보는 교통안전 시설물들의 설치가 극명하게 비교되는 전주시내 초등학교 두 곳의 스쿨존을 둘러봤다.
12일 오전 8시 20분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전주서일초등학교 인근 아이들이 하나 둘 등굣길에 오르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며 등교하는 아이들과 어머니 손에 이끌려 학교 정문으로 향하는 아이의 모습은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했다.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등굣길 바닥은 노란색으로 도색돼 운전자들은 자연스레 아이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고, 도로 곳곳에 과속방지턱과 함께 무인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주변 사거리 횡당보도 양끝 바닥에는 스마트폰을 보며 건너는 아이들을 위한 바닥 신호등까지 설치돼 있었다.
심지어 서일초 주변 서일공원은 등굣길과 보행환경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근 1년동안 차도폭을 줄이고 방호 울타리까지 겹겹이 설치됐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귀가하던 학부모 김모 씨(35·서신동)는 “아이가 조금 더 크면 혼자 다녀도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해 행정안전부 어린이 보호구역 정비 표준모델 지역으로 선정됐고 전주시는 어린이 보호구역의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홍보까지 한 구역이다.
비슷한 시각 전주시 완산구 서서학동 전주남초등학교 등굣길도 아침부터 활기찬 아이들의 장난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정문은 전주서일초와 마찬가지로 교통안전시설물과 더불어 인도 폭이 넓어 안전한 등굣길이 확보돼 있었다.
그에 반해 흑석골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아이들이 이용하는 후문 등굣길은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후문은 좁은 인도와 더불어 스쿨존임에도 방호울타리가 중간중간 끊어져 있는 구간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스쿨존까지 오는 길이다.
흑석골 아파트단지 상가 쪽에는 인도가 없었다. 아이들은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차도를 통해 등교하는 상황이었다.
불법주정차 된 차 사이에서 아이가 도로 쪽으로 나올 때 차들이 급정거하는 아찔한 광경도 연출됐다.
몇몇 구간은 인도가 있음에도 그 위로 불법 주차가 돼있어 아이들이 차도로 걷고 있었다.
그나마 흑석골 아파트 단지는 상황이 나은 편. 흑석1길 주택가는 아예 인도가 없어 사람과 차가 도로를 함께 이용하는 상황이었다.
전주남초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하는 은모 씨(74)는 “아이들이 말을 잘 듣고 스스로 안전하게 다니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인도와 차도 폭이 둘 다 좁고 인도가 없는 곳은 차와 같이 걷다 보니 사고가 날까 걱정 된다”고 전했다.
시 완산구청 관계자는 “남초 인근은 도로 폭이 10m가 되지 않아 양방향으로 차량 교행이 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인도 설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송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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