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선생님이 방학숙제로 독후감 써오기를 내주셨다. 숙제를 하기 위해서 집 책장을 뒤적이다가 책 한권을 집어 들었다. 책 제목이 ‘지구가 아파요’ 그런 비슷한 제목 이였다. 내용은 이랬다. 우리들이 무분별하게 오염된 물과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서 지구가 아프게 되고 결국 인간에게도 위험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어린나이에 크게 깨 닫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면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30년이 지난 현재 많이 듣는 단어 중에 하나가 기후위기다. 어릴 적 읽었던 책 내용처럼 인간의 탐욕이 지구를 병들게 했고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전 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홍수와 가뭄, 그리고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어느덧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되었다.
이처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라북도 내에도 제로웨이스트 관련 가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청년들 사이에 플로깅처럼 운동을 하며 자연환경을 돌보는 모임과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다. 청년들이 나서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친한 지인 중에도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청년대표가 있다. 올해 제로웨이스트를 기반으로 해서 전라북도에서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유일하게 이 청년대표가 선정되었다. 나 또한 올해 하반기에 청년들과 함께 제로웨이스트 교육 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 등을 기획을 하고 있었기에 자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대가 이뤄지는 것이 있는데 ‘내가 편할수록 지구는 불편하다’는 사실이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반짝하다 어느 순간에 사라지는 캠페인이 아니라 우리 삶에 녹아들어 습관이 되고 문화가 되기를 바란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것저것 노력을 하고 있는데 가능한 한 텀블러를 이용하고 목욕제품을 비누로 이용하고 식사 시 잔반을 최대한 남기지 않는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지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이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하나하나 삶의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 25일이 세계 펭귄의 날이었다. 미국 맥머도 남극관측기지에서 지구온난화와 서식지 파괴로 점점 사라져가는 펭귄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라고 한다. 새끼 펭귄의 털은 방수기능이 없다고 한다. 기후이상으로 기온이 올라간 남극에 비가 내리고 빙하가 녹으면서 새끼 펭귄의 털이 물에 젖게 되어 저체온 증으로 동사해서 죽게 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뽀로로와 펭수는 과연 몇 십 년 뒤에 남극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이대로 간다면 뽀로로와 펭수는 고향 남극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고향인 지구도 잃어버릴 것이다. 고향을 잃고 서식지를 잃게 되는 동·식물은 결국에는 사라지고 만다. 이제부터라도 뽀로로와 펭수가 몇 십 년 뒤에도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을 우리가 지켜주어야 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고향인 지구가 아프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야지 않을까.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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