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세먼지가 온 세상에 가득한 토요일, 정읍 내장산 어귀 “샘소리터”라는 한 가옥에서는 한국 풍류의 멋을 알리는 작은 음악회가 있었다. 마치 세상에 뿌려진 더러운 먼지와 기운을 없애는 듯 아정한 풍류 선율은 오신 한분 한분의 심신을 치료해주는 묘약과도 같았다.
풍류란 의미를 찾아보면 <속된 일을 떠나 풍치(風致) 또는 운치(韻致)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이라 칭한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과 관련해 풍류를 잘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풍류가 또는 풍류객이라 불렀다. 옛 우리 민족은 조선, 고려, 삼국 등 왕조의 제도적 관제에서 궁중 연희를 필요한 요건으로 포함시켰고, 그러한 귀속된 행위에는 악공이라는 직책을 두고 책임을 맡아 관장하게 했다. 제도적 관제를 벗어난 민간 즉 궁중 밖 일반 백성에게도 풍류가 있었으니 그러한 행위도 소위 민간잔치에서 치러진 풍습으로 이어졌다. 단지 민간에서는 전문적인 악공이 없는 관계로 창우·광대·재인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이렇듯 풍류란 관(官)과 민(民)이 모두 함께하던 전통의 순수 문화였으며 즐기던 민족 전통예술이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지식과 재부(財富)를 겸한 중인층이 시회(詩會)나 가단(歌壇)을 형성하여 민간풍류를 새로운 풍류로 발전시켰다. 그런 풍류의 음악문화는 성악인 '가곡·가사·시조', 기악인 '영산회상(靈山會相)' 등 새로운 갈래의 민간 풍류로 이어졌으며 조선 후기 음악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우리나라 민간풍류의 실질적인 개척자로는 단소 명인인 추산(秋山) 전용선(全用先) 명인이 계신다. 그는 전라북도 정읍 입암면 출신으로 정읍지역 풍류계인 아양계와 초산율계 등 지역 풍류의 전승과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다. 전용선의 대표적인 제자로는 편재준, 나금철, 유종구 등이 있으며 그가 전한 풍류는 후에 한국의 민간(이를 향제鄕制라 부르기도 한다) 풍류의 주춧돌이 된다.
정읍 내장산 '샘깊은소리회'는 풍류 가인(佳人) 김문선을 중심으로 조직된 단체로 대한민국 풍류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정읍 풍류 맥을 잇고 있는 순수 민간 풍류악회이다. 매주 정읍의 지역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학습하며 풍류를 즐긴다. 진정 풍류가 좋아 음악을 함께 즐기는 모임으로 한국 전통예술이 살아 숨 쉬는 전승(傳承)의 현장이라 하겠다. 진정한 민간(향제鄕制)풍류란 정형화된 무대가 아닌 이렇게 삶의 현장 속에서 몸과 마음을 함께하며 일구어낸 음악이 아니었을까? 그날의 공연을 보며 내심 우리의 전통문화를 올곧게 지키는 이는 바로 전문 예술가들이 아닌 우리 가족이고 친구이며 이웃들이라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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