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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드라이브 코스로 딱"⋯전북 메타세쿼이아 길, 초록 절정

진안 모래재·김제 죽산·순창 팔덕, 비발디 협주곡 '여름' 감성
깊고 긴 여운⋯프로스트 시어처럼 '가지 않은 길'로 남겨 둬도

입하(立夏) 지난 햇볕은 벌써 따갑고, 잔바람 끝은 살짝 달아올랐다. 이제 곧 치열한 여름. 미루고 놓치면 1년을 다시 기다려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5월, 메타세쿼이아 길 드라이브'.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수삼·水杉)는 침엽수지만 겨울에 잎을 떨구는 낙엽침엽교목으로 중국이 원산지다. 30m 이상까지 하늘을 향해 곧게 뻗는 기운이 맑고 힘차다.

원근감이 살아있는 메타세쿼이아 풍경은 사계절 다른 멋을 뽐낸다. 연둣빛 봄날의 싱그러움, 한여름 짙은 초록빛의 생명력, 주황빛 가을의 고독과 낭만, 겨울에는 하얀 눈꽃 터널⋯. 그 중 제일은 초록이 절정을 향해 익어갈 때다.

'계절의 여울목' 5월, 휑하니 들러보기 좋은 명품 메타세쿼이아 길을 소개한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비발디가 1725년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여름'을 듣기 좋은 길들이다. 진안·김제·순창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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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부귀면 메타세쿼이아 길. /오세림 기자

△진안 부귀면 모래재 메타세쿼이아 길

전주에서 국도 26호선을 타고 진안으로 출발, 순두부로 이름난 완주 소양면 화심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구불구불 모래재길이 시작된다.

부귀면 모래재길, 큰터골마을∼이랑학교 입구 890여 m 구간에는 1987년께 심은 메타세쿼이아 150여 주가 길 양편으로 어깨동무하며 어울려 산다.

수령 45년 즈음 되는 키 큰 나무들이 도로 경사·곡선과 조화를 이룬 이 길은 영화·드라마·CF 촬영지로 인기를 끌만큼 매혹적이다. 비 오는 풍경의 여운이 깊고 길어, 사진 작가들도 즐겨찾는 출사코스. 

길 시작 지점에 주차장이 있고, 원두막정자 서넛이 있어 도시락 까먹기 좋다. 잘 가꾼 잔디밭이 있는 원로 시조시인 구름재 박병순 선생 생가도 코앞 길옆에 있다.

메타세쿼이아 구간이 짧다는 지적이 일자, 2014년부터 모래재휴게소 방향과 부귀면 우정교 방향까지 메타세쿼이아 200여 주를 추가로 심었다. 이 나무들은 이제야 스무 살 청춘이다.

모래재 메타세쿼이아 길은 산림청 '5월에 꼭 가봐야 할 명품 가로수길'에 꼽혔고, 한국관광공사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 네비게이션 검색은 '모래재 메타세쿼이아' 또는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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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죽산면 메타세쿼이아 길. /사진제공=산림청

△김제 죽산면 지평선 메타세쿼이아 길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수평선, 오른쪽으로는 지평선이 보이는 김제 평야. 일제강점기 전국 최대 곡창지대로 수탈의 아픈 역사를 머금은 이곳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다.

죽산면 수교삼거리에서 나누어지는 해학로와 복죽로 가로수 길이 그곳이다.

이 길은 일렬로 늘어선 메타세쿼이아가 지평선 뒤로 기우는 일몰과 어우러져 멋스러운 풍광을 연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가을에는 길 따라 흐드러진 코스모스와 출렁이는 황금들녘이 매력을 더한다.

죽산면사무소~수교삼거리, 해학로 3.2km 구간에는 1996년께 심은 메타세쿼이아 400여 주가 줄지어 키재기를 하고 있다. 수령은 30년 즈음. 작은 키, 메타세쿼이아를 보거든 굳이 위로할 필요는 없다. 

수교삼거리~종남마을 입구, 복죽로 1.4km 구간은 2002년께 조성했다. 스물셋 갓넘은 메타세쿼이아 90여 주와 대왕참나무 110여 주가 각각 자리잡고 있다.

죽산면 메타세쿼이아 길 지척에는 조정래 소설 <아리랑>을 재현한 아리랑 마을이 있다. 

※ 네비게이션 검색은 '김제시 죽산면 죽산리 948-20', '김제 메타세쿼이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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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팔덕면 강천로  메타세쿼이아 길. 

△순창 제9경, 팔덕면 강천로 메타세쿼이아 길

순창 메타세쿼이아 길은 '팔덕면 강천로'와 '금과면 담순로' 두 곳이 있다.

전통고추장민속마을 백산교차로∼팔덕면 용산교, 2.5km 구간 강천로 메타세쿼이아 길은 순창 10경 중 제9경이다. 1978년부터 1982년까지 당시 순창농고 학생들이 식재했다고 하니, 수령으로 따지면 50년 안팎으로 전북지역에서는 '최고령'이다. 

이곳은 특히 360여 주의 메타세쿼이아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리며 '나무터널'을 만든다. 또 8월 한여름 그늘에 꽃피는 연보랏빛 맥운동도 장관을 이룬다.

순창읍 백산리∼금과면 방축리, 2.7km 담순로 구간은 지난 2018년께 '순담(순창-담양) 메타서클 프로젝트' 일환으로 조성됐다. 순담 메타서클 프로젝트는 전라도 1000년을 맞아 전북도와 전남도 등 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시작한 야심찬 사업으로 '국내 최장 21km 메타세쿼이아 길 조성' 등이 포함됐었다. 

담순로 구간 메타세쿼이아 370여 주는 아직 어리다. 전남 담양 쪽까지 드라이브를 다녀올 요량이면 즐겨볼 만하지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詩)처럼 '가지 않은 길'로 남겨 둬도 좋다.

※ 네비게이션 검색은 강천로 방면 '순창 메타세콰이어 길', '백산교차로', 담순로 방면 '금과동산'.

 

이밖에 동익산역 전라선 폐선부지를 활용한 인화공원에도 메타세쿼이아 산책로가 있다. 익산시는 지난 2017년부터 인화공원을 조성했으며, 4.2㎞ 구간에 8m 간격으로 메타세쿼이아 900여 주를 식재했다.

메타세쿼이아 산책로 명칭은 지난 2021년 공모를 통해 '솜리메타누리길'로 확정했다. 특히, 1.3km 구간에는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해 시민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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