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영농기를 맞아 농촌에서 다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인구절벽 시대, 농촌에서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정말 한계에 달했다. 그나마 부족한 일손을 채워주던 외국인 계절근로자들도 쉽게 고용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이후 천정부지로 오른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실제 올 상반기 정부가 전북지역 농가에 배정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660명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농가의 신청에 의해 배치된 외국인 근로자는 그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일손이 필요한데도 오를대로 오른 인건비 부담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마저 고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는 농가를 찾아다니고, 인력사무소도 수요에 비해 가용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갈수록 인건비를 높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고, 고령층도 더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온전히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형편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갑이고, 이들을 고용해야 하는 농민이 을이 돼버렸다.
쌀값폭락과 기후변화로 가뜩이나 고심이 많은 농촌사회에 한숨이 더 깊어졌다. 인건비 부담 등으로 제때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게 된 농민들은 농사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아예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인구위기에 따른 불가피한 농촌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농촌 인력난에 따른 농산물 생산량 감소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다. 또 노임 상승은 농업 채산성을 더욱 악화시켜 영농 포기와 탈농촌을 부추기고, 이는 농촌소멸, 지방소멸을 앞당기게 된다.
정부가 농촌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국내 단기 근로자를 농업 분야로 유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농촌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동시에 국가 차원의 농촌 인건비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당장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체류기간을 현행 5개월에서 최장 10개월로 연장해 달라는 현장의 다급한 목소리부터 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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