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매일매일을 새로운 의욕을 다지며 '대학혁신'을 위해 업무에 임하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 등 사회변화 속에서 대학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회 요구에 부응하는 대학으로의 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양 총장은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 소리가 맞지 않으면 줄을 풀어 새롭게 매야 하는 것처럼 대학 교육이 사회의 요구에 맞게 혁신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현 상황에서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고 강조했다.
양 총장이 단과대학을 순회하며 역설한 학사구조 개편안에서도 그 목적이 확연히 읽힌다. 학과 간 벽을 허물어 학생들의 전공 선택 폭을 넓히고 산∙학∙연∙관 협력의 허브화를 통해 지역산업의 수요에 맞는 인재양성 등 학생을 중심에 둔 대학 운영과 사회 요구에 부응하는 대학 혁신에 방점을 두었다.
취임 이후 글로컬대학 사업 유치를 위해 학사구조 개편안과 지역사회와의 상생 전략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양오봉 총장을 19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2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벌써 취임 100일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기간 동안 내∙외부의 많은 분들을 만나 대학혁신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설명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려 노력했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써가며 많은 분들을 만나 고견을 듣고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설명했다.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소멸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인다는 절박함에 마음이 급하다. 그러나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는 일이기에 지속적인 소통과 공감대 형성에 나서고 있다."
긴밀한 소통을 하신 것으로 안다. 구성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
"천원의 아침밥이나 중간시험 간식나눔, 호프데이 등을 통해 학생들과 가깝게 소통하려 했고, 최근엔 17개 단과대학을 돌며 변화의 당위성과 정책을 설명했다. 좋은 얘기도, 쓴소리도 있었지만 모두 대학발전을 위한 고견이라 생각한다. 총장 이전과는 확실히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 그래서 더 많이 들으려 한다. 특히 겸손한 자세로 동료 교수님들이나 직원 선생님들, 우리 학생들과 소통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하니 마음과 마음이 맞닿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최근 대외적으로도 매우 역동적인 전북대를 접할 수 있는 것 같다.
"전북대가 글로컬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의 여러 기관들에 변화와 혁신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준비하면서 지자체나 국내 최고의 연구소, 기관, 기업, 해외 대학에 이르기까지 14건의 공식 협약을 체결했다. 수치로만 보면 취임 이후 우리대학이 일주일에 한번 꼴로 여러 기관들과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다. 이 사업을 위해 전북대가 얼마나 과감하고 열정적으로 움직이는지, 이 사업이 얼마나 우리에게 꼭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취임 100일 동안 성과도 많았을 것 같다. 대표적인 성과를 소개해준다면.
"취임 초부터 개혁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고,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3월 초 2145억 원이 투입되는 RIS 사업 선정은 우리대학뿐 아니라 지역 전체에 큰 성과였다. 지역발전의 대전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외에도 우리지역이 K-푸드의 메카로 도약할 ‘푸드테크 계약학과 공모사업’, 비수도권 대학 유일의 6년 연속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사업’ 선정, 베트남 대학에 수의학과를 설립하는 ‘국제협력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 등 정부 사업에도 잇달아 선정됐다. 최근엔 필리핀 마닐라 시의회와 한인회, 최고의 사립대학 등과 긴밀한 협력을 하기로 했고 한옥도 수출했다.특히 수요가 급증할 2차전지 분야 인력양성을 선점하고, 배터리 분야 특성화를 내건 우리 지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내년 ‘배터리융합공학 전공’을 신설, 첨단 분야 5개 학과에서 96명(순증 71명, 편입학 여석 활용 25명)의 정원이 증원된 것도 좋은 소식이었다."
수도권 쏠림과 학령인구 감소 등 지방대학이 매우 어려운 시기다. 이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대학 입학자원이 당장 내년부터 40만 명 아래로 떨어진다. 2031년부터는 급격히 가속화 되어 2040년엔 18세 인구가 26만 명 수준에 놓인다. 신입생 2000명 규모의 대학 100개가 문을 닫아야 하는 대학붕괴의 거친 파도가 밀려오는 것이다. 혼자서는 파도에 휩쓸리기 쉽지만, 함께 손을 맞잡으면 파도를 극복하고 당당한 걸음을 옮길 수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대학과 지자체, 연구기관, 지역기업 할 것 없이 범지역적인 공유와 연대가 필요하다. 때문에 지역과 상생하는 대학의 기반을 닦는 것이 당면 과제다. 우선 지역거점대학인 전북대가 구심점이 돼야 한다. 지역의 씽크탱크로서 지자체나 지역기관, 기업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내 타 대학들과도 상생을 모색해야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플래그십 대학’의 모습이 이런 것이다.
총장님이 강조하시는 ‘플래그십 대학’, 생소하다.
"플래그십(Flagship)은 본래 해군 함대의 기함을 뜻하는 말이다. 군함 중에 지휘관이 타는 배에 깃발(Flag)를 걸었는데, 이를 플래그십이라고 했다. ‘플래그십 대학’은 이 군함처럼 전북대가 지역발전을 이끌고 나가겠단 의미다. RIS사업이나 이달 본격 착공하는 산학융합플라자사업, 캠퍼스혁신파크 등의 사업들이 다 플래그십 대학으로 나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될 사업들이다. 우리대학이 미래 수송기기 등 지역 성장 동력산업 분야에서 지역 혁신의 허브가 되고, 미래형 대학교육 혁신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지역의 대변혁을 주도할 ‘혁신셀’의 위치에 서 있다. 대학 내부 정책적으로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서기 위해 지역의 씽크탱크 역할을 할 ‘JBNU 지역발전연구원’을 설립하려 하고 있다. 14개 시군의 특화산업을 중심으로 지역발전연구소 14곳의 설립도 추진 중이다. 이미 3월 남원시와 협약으로 남원발전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고, 익산발전연구소도 추진 중에 있다. 전북대를 지역 발전을 이끄는 플래그십대학으로 육성해 최종 목표인 세계적인 글로컬대학으로 나아가려 한다."
대학 내에선 어떠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나.
"학생들이 오고 싶고, 다니고 싶고, 공부하고자 하는 전공을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학의 체질을 확 바꾸는 학사개편안을 마련했다. 융·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학과나 단과대학 간 벽을 허물어 우리 학생들이 전공을 더욱 폭넓게 선택하도록 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전체 정원은 줄이지 않는 방향에서 유사 교과목을 통합 운영해서 교육 효율성을 높이고, 특히 통합 학부 내에서 사회 수요에 대응하는 유연한 맞춤형 전공도 운영할 수 있다. 학제 간 협력과 집단연구가 활성화 되어 세계 100위권에 진입하는 학문 분야 육성에도 가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전북대가 글로컬대학으로 더 큰 걸음을 걸어 나가는 데 꼭 필요한 변화다."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대학을 만들겠다 하셨다. 남다른 계획도 들려달라.
"우리대학이 시대의 흐름에 맞는 미래형 교육을 선도하려 한다. AI와 반도체, 그린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을 위해 ‘인공지능 교육원’을 설립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입학에서 졸업까지 학생 맞춤형 지원을 해줄 ‘AI 선배’ 멘토링 시스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성과형 장학금, 학·석사 연계 과정 장학금, 전일제 대학원생 장학금 등 학생 재정 지원과 단과대학 스터디카페 운영, 이미 시행 중인 천원의 아침밥, 반값 커피 등 학생 밀착형 지원책을 세심하게 마련하고 있다. 유학생들이 가장 복잡하게 생각했던 재정 보증 문제를 해결하고, 상담 및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해 우수 외국인 유학생을 5000명 이상 유치하겠다."
대학 지탱의 또 하나의 핵심 축인 연구 분야 경쟁력 방안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우리대학엔 1100여 명의 최고급 두뇌들이 있다. 이들이 신나게 연구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제공돼야 좋은 연구가 나온다. 올해 적극적인 연구개발 과제의 수주를 독려하기 위해 ‘연구과제 추진비’와 함께 ‘국제 학술연구발표 경비’ 지원을 신설해 국제적 연구 교류 촉진에 나서겠다. 세계 최고 연구소나 연구자들과 최근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공동 연구를 수행하면서 더 좋은 연구들이 이뤄지는 기반이 될 것이다. 또한 교수님들의 논문 게재 경비 지원을 늘리고, 업적 평가제도나 연구년 총량제 도입 등의 지원책을 늘려 탄탄한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 특히 교수님들의 우수한 연구가 대학에만 머물면 안되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연결돼야한다. 그 방안으로 ‘JBNU 지역 지식선도 네트워크’를 구축해 외부기관에서 지원하는 연구 사업에 대한 수주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여러 사업 추진을 위해 재정이 필수다. 재정, 어떻게 늘릴건가.
"취임부터 줄곧 ‘세일즈 총장’이 되겠다고 했다. 대학회계 규모를 대폭적으로 늘리고, 1500억 규모의 연간 연구비를 2500억 원으로 확대하려 한다. 발전기금도 수도권 명문대학에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기업의 기부를 늘리려 한다. 취임 이후에만 12억 원이 넘는 발전기금이 모금됐다. 특히 대형 국책사업 유치는 대학재정 확충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좋은 사업들을 따내기 위해 지역발전연구소를 통한 14개 시군의 특화산업과 관련된 국책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추진하겠다. 대학과 지역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RIS사업 이후 최대 정부 지원사업인 ‘글로컬대학 30 사업’ 유치를 위해 대학뿐 아니라 범 지역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총장의 발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뛰고 또 뛰며 적극적으로 우리대학을 세일즈 하겠다."
임기 마지막에는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대학과 지역의 긍정적 변화를 이끈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를 위해선 화합을 통해 구성원 각자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총장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확신한다. 임기를 마치는 날 교수님들에게는 ‘가르치고 연구할 맛 나는’, 직원 선생님들에게는 ‘일 할 맛 나는’, 학생들에게는 ‘공부할 맛 나는’ 환경을 만들어 준 총장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역민들에게는 대학과 지역의 상생 발전의 기반을 닦아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총장으로 기억된다면 가장 행복할 것 같다."
양오봉 총장은
전주고와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에너지-AI융합대학원 인력양성사업단장, 에너지신사업 혁신공유대학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전북 지역혁신협의회 위원, 전북특별자치도 국민지원위원장,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국무국무총리 산하 새만금위원회 토지개발분과위원장 등 정부 정책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140편의 국내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고, 38건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는 등 에너지 분야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력도 보유하고 있다. 그간 지식경제부 장관상과 모로코 에너지자원환경부 장관 표창, 국제태양광컨퍼런스(CPVC)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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