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지식인에게 부여된 가장 큰 소명은 시대정신(zeitgeist)을 찾아내는 일이라 믿는다. 시대정신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유이자,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길(路)이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 세 문장이라고 본다. 폴 고갱의 그림 제목이기도 하다.
올해 ‘타향에서’ 필진이 되어 6번의 칼럼을 쓰면서 전북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대정신이 무엇일지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을 했다. 그 결과, 다섯 개의 새로운 인간상(像)을 제시했다. 유동하는 인간, 새로운 경제인, 공정한 인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인간, 협동하는 인간 등이다.
오늘은 결론으로 미래의 인간, 즉 호모 푸투루스(Homo Futurus)를 제안한다. 먼저 다섯 번의 논의를 상기해보면, 첫째는 인구문제였다. 총인구가 줄어들고, 상주인구의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젊은 층의 유출이 거듭되는 2중의 어려움 속에서 대안은 유동하는 인구(호모 모벤스)이다. 지역을 찾아오는 인구가 많아지도록 관광 등 다양한 시책이 필요하다.
둘째는 변화한 경제 여건을 고민했다. 물가가 높고 금리가 천정부지이다. 더구나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고, 경제 규모도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시대이다. 이런 여건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존과는 다른 생존전략(新 호모 이코노미쿠스)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는 공정과 정의에 관한 문제였다. 세대간, 계층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시대에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공정(호모 주리디쿠스)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과정, 결과 모두 공정해야만 지속가능한 사회가 된다.
넷째는 기후변화였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이상 기후가 반복되는 어려운 강을 건너야 한다. 솔선수범, 공동 노력, 국제 공조가 절실히 요청(호모 클리마투스)된다.
다섯째는 공동체의 내의 협동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모두 친화력과 다정함에 바탕을 둔 소통으로 공동선을 창출(호모 코포런스)해내야 한다. 상호 도와야만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런 시대적 여건에 맞는 미래를 위한 준비는 무엇일까? 다른 질문을 하면, 지역발전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과 대비를 해야 하는가? 인구 감소, 고령화, 청년인구 유출 등은 ’먼저 온 미래(future arrived)’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 도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기업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차전지, 새만금, 농업 등을 활용하여 먹거리의 판을 키워야 한다.
다음은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인 전북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호지 여사가 ‘오래된 미래로 칭송한 라다크’처럼. 전북은 맛, 멋, 문화, 자연환경 등의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미래의 큰 자산이 될 거라 본다.
L. 스티븐슨은 목표를 달성해버린 것보다 희망이 있어서 계속 여행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전북발전이라는 긴 여행에 반드시 희망이 있을 것이다. 시인 조동화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마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전북발전을 위한 다양한 생각과 계획, 열정이 모이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그게 오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호모 푸투루스의 길일 것이다. 생각과 글로 고향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김광휘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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