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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미술이야기] 갤러리 숨, 고보연 작가 '정희의 일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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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보연 작가 작품/사진=이승우 작가 제공

이 전에 내가 직접 본 것은 출산과 육아를 해야만 하는 여인의 숙명 같은 것을 보며 여인의 위대성이나 여인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느꼈었다.

이번 전시에는 여인들이 어느 날 비싼 돈을 지불하고 어느 행사에 입었을 갖가지 옷을 주제로 해서 덧없는 세월이거나 또는 추억을 부활시키는 행위들을 연상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줬다.

작가는 본인의 노트에서 이렇게 밝힌다.

"그렇다면 왜 여성의 옷인가? 그건 여성의 삶 때문이다. 결혼 전까지 대가족으로 살았던 나는 여성의 지난한 삶을 무수히도 많이 보았다.

그리고 여성의 몸이기에 겪는 임신과 출산, 육아로 특별한 시간을 보냈고 의미를 가졌다.

물론 삶의 고달픔과 즐거움이 반드시 여성만의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책무와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여성의 옷들을 가위로 성큼성큼 자르고 다시 말아서 연결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어지러이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여성의 고된 시간을 이어주는 행위로 가치를 갖는다.

여성은 여성들로 연대 됐고 가족이나 지인들과 연대 되었다.

그 연결의 행위는 그녀들의 삶을 보상하는 위로와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정희의 일기는 여성의 시간과 이어짐의 위로를 의미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시장 가득 머리를 땋듯 천을 꼬아 만든 입체물들이 길고 긴 행렬을 이루며 완성되었다.

이 작업을 조수 없이 혼자 했는지에 대한 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을 들으며 작업시간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세상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는, 잘못 해석되고 전파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정상적 의미의 페미니스트 중 고보연 작가가 ‘정희’로 대입되는 모든 여성을 대변하는 형식으로 기획된 전시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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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보연 #설치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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