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으랏차차! 외할머니 꽃 구경가요
△글쓴이: 김서현 (무주 설천초 4년)
외갓집에 못간지 3년째에요.
할머니!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저 서현이에요. 우리 밭에서 크는 머루 열매가 보랏빛을 띠고, 달콤한 향기를 뿜어주는 가을이 한 발자국 다가오는데……? 이러다가~ 니트티 입는 계절 겨울에도 못 볼까? 걱정이 많이 들어요. 머지않아 아빠랑 엄마랑 코로나 백신 완료하면 만나러 갈게요.
“니 뭐 먹고 싶나? 할머니가 다 해준다”고 약속하신 말씀 기억하시죠? 저 먹고 싶은 거 생각났어요. 사골국 국물에 대파를 송송 넣은 것 먹고 싶고, 살이 토실토실 알이 그렁그렁한 간장게장도 생각나고, 호박이랑 양파랑 고추랑 들어간 된장국이 많이 먹고 싶어요.
할머니 집에는 마법의 성인가 봐요! 이상하게 다 맛있어요. 랑데뷰란 말이 있는데…. 우리말로 풀면 만날 약속, 만남을 뜻한대요. 꼭 그런 날이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해가 뜨고 지기를 반복해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맨날 일만 하고 계시죠? 꼭 전래동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누렁소 같아요! 요령도 피우고… 늦잠도 주무시고… 좀 게을러지세요.
영웅이 오빠랑 영탁이 오빠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저도 좋아해요. 막걸리 한잔~ 하고, 찐이야 노래 좋아해요.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거 뭔지 알아냈어요~ 해바라기, 영산홍, 장독대, 봉숭아꽃, 무화과, 갑오징어, 원앙새, 김밥, 젓갈, 전축, 분홍색, 한복, 가족이지요? 히트다...히트... 인기쟁이라는 뜻이래요. 할머니는 우리 가족 중에서 제일 인기쟁이 같아요. 찾는 사람이 많아서요.
만약에 만병통치약이 있다면 할머니 구부러진 허리를 펴주고 싶어요. 수리수리 마하수리 요술을 부려 볼까요? 뿅뿅뿅. 무더운 찜통더위에 수양버들 나뭇가지처럼 가늘어진 할머니 몸으로 일하시면 큰일 나요. 명심하세요. 무사태평하세요.
강강술래 놀이를 할머니께서 어렸을 적에 많이 하셨다는 말을 엄마한테 들었어요. 그래서 할머니 집에 가면 한복이 많이 있었구나. 이제서야 이해가 됐어요. 제가 7살 때 기억이 나는데 길가에서 강아지풀로 제 얼굴에 장난도 쳐 주신 기억이 나는데… 지금도 기분이 좋아요. 할머니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생각을 했는데 외갓집에 간 적은 있었지만~ 많은 것이 떠오르지 않아요. 그래서 엄마찬스랑 국어사전의 도움을 받으며 편지를 쓰고 있어요. 서운하신 거 아니죠?
세상에서 이유 없이 할머니가 좋은 이유는 우리 엄마의 엄마니까 저도 그냥 좋아요. 요즘에는 엄마가 외갓집에서 전화 오면 조금 슬픈가 봐요. 그니까 할머니 할아버지 늙지 마세요. 사랑해요. 요구르트랑 빵이랑 챙겨서 외갓집에 갈게요. 꼭이요.
할머니 우리 집에 오신 적이 한 번밖에 없으시잖아요. 그래서 지후랑 지완이랑 저랑 우리 마을 소개 그림을 그릴게요~ 우리는 이곳에서 잘살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2021년 9월 10일
무주에서 김서현 올림
※ 이 글은 2021년 전북일보사·최명희문학관·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한 <제15회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품입니다. 제17회 공모전은 4월 25일(화)부터 9월 17일(일)까지 작품을 모집합니다. 문의: 063-284-0570(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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