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시내 팔달로와 관통로는 구도심의 핵심 도로망 역할을 해왔다. 17년 간격으로 개최된 전국체전을 계기로 만들어졌다는 이색 공통점이 있다. 1963년, 1980년 체전을 앞두고 도시 정비 차원에서 개통됐다. 전북 기초단체에서 처음 열린 2018년 익산 전국체전도 전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회 준비 과정을 통해 익산 IC에서 시내 진입 도로인 금마까지 4.2㎞ 6차선이 확장돼 도시 면모를 새롭게 했다. 이처럼 전국체전은 SOC 확충을 통해 도시 발전을 앞당기는 효과 때문에 유치 열기가 뜨거웠다. 전국체전이 이럴진대 국제대회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획기적 지역 발전과 함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도시 경쟁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새삼스런 얘기도 아니다. 헌데 지금 잼버리 파행 책임을 이런 공공연한 유치 목적과 엮으려는 움직임 속에 ‘새만금 표적’ 논란이 심상치 않다.
잼버리 불똥이 지금 새만금을 집어삼킬 형국이다. 국민의힘과 중앙 언론의 지적대로라면 잼버리가 목적이 아니라 새만금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파행을 자초했다는 논리다. 선입견과 억측, 가짜 뉴스까지 뒤엉킨 상황에서 감사원 감사가 제대로 진실을 밝혀낼지 의문이다. 개최지인 전라북도 지사가 조직위 집행위원장을 겸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한 것처럼 초반에 부풀려졌으나 사실 그럴 위치가 아니었음이 확인됐다. 조직위 115명 중 전북 파견 48명에서 38명이 6급 이하로 알려져 전북 책임론도 가라앉았다.
잼버리 준비 기간은 고작 6년이다. 하지만 그 행사장을 둘러싸고 있는 새만금 사업은 30년 넘게 국책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 1991년 착공 이후 정권이 7번 바뀌는 동안 33㎞ 방조제만 덩그러니 있다가 문재인 정부 이후 동서 도로와 남북 도로, 새만금 항만, 수변 도시 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오랜 세월 사업 진척 속도가 더뎌 속앓이를 해온 새만금이 이제야 희망의 땅으로 바뀐 것이다 이 상황에서 잼버리 희생양을 삼아 또다시 도민 가슴에 ‘대못질’ 을 가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정치권과 각급 기관, 사회 시민 단체는 물론 도민 전체를 분노케 하는 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잼버리 원인 규명에 힘써야 하는데 본질을 호도한다는 것이다.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셈법은 그때마다 다르다. 계획과 준비, 실행 단계에서 달라지는 여건과 상황에 맞추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변화는 불가피하다. 새만금 잼버리도 마찬가지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국제적 불신 해소가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잼버리 예산이 투입됐는데도 프레 대회가 열리지 못한 까닭과 푸세식 화장실 설치, 엉망인 침수 대책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수두룩하다. 굳이 새만금 사업에 한눈 팔 겨를이 없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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