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서 외국어 간판 여전⋯법령용어에도 한자 등 섞여
577돌 한글날을 맞았지만 여전히 우리 일상에서 외국어와 외래어가 난무하면서 한글날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한글날은 지난 1949년 10월 1일 제정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 3·1절과 제헌절, 광복절과 함께 우리 글자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해 5대 국경일로 지정됐다.
한글날을 맞은 9일 정오 전주시 중화산동 한 일식당 가게. 간판에는 한글은 없고 일본어와 영어로만 가게 이름이 표기되어 있었다.
만약 일본어와 영어를 모르는 시민일 경우 이곳이 어떤 가게인지 알기 힘들어 보일 정도였다.
비슷한 시각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전주 객사 일대의 상가 역시 한글 표기가 없는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 간판들이 자주 목격됐다. 전주 대표 관광지인 한옥마을에도 외래어로 표기된 간판이 심심치 않게 걸려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간판들이 모두 법에 위배되는 간판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광고물 등의 종류와 모양, 크기, 색, 표시, 설치방법, 기간 등에 대해서는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허가나 신고를 받아야 한다.
시행령에서는 한글맞춤법과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외국문자 표기 시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의 병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4층 이하 건물에 설치되는 크기 5㎡ 이하 간판은 허가나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단속은 민원에 의존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외래어나 일본식 표기는 비단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법령과 판결문, 각종 행정 등에서도 쉽게 쓰이고 있다.
법령과 판결문에서 흔히 쓰이는 일본식 표현으로는 ‘~의하여’는 일본어 ‘~によって(니요떼)’를 그대로 옮긴 말이다. 또 ‘~에 있어서’는 일본어 ‘~において(니오이떼)’왔다.
주격 조사인 ‘이’나 ‘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의’를 사용하는 것도 일본식 표현이다. 일본어의 주격조사인 ‘の(노)’를 그대로 ‘의’로 옮겨 쓴 것이다.
이 밖에도 행정문서에 두루 쓰이고 있는 ‘기타(基他)’라는 단어 역시 일본식 한자어로 우리말 ‘그 밖의(에)’로 바꿔 쓸 수 있다.
우리 일상생활 속 각종 외래어 표기를 순화하는 작업은 1985년부터 시작됐다. 그러다 본격적인 작업은 지난 2006년부터 법제처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알법) 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현재 어려운 용어가 포함된 현행 법률 176개, 대통령령 698개 및 총리령·부령 678개가 정비됐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고 상황에 맞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법이 급증하면서 그리고 나아가 시대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적인 측면도 고려되는 과정까지 겪으며 순화 작업의 속도와 노력은 여전히 미진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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