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일본 상인에 대항한 한국인 중심 전주부성 밖 형성된 역사적 장소
경제적 이익 앞세운 개발에 주거 기능 상실, 임대료 감당할 상업시설 우후죽순
당일치기 관광에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도 의문, 지역 주민 관광 특수 체감 미비
전주한옥마을은 29만㎡ 부지에 700채가 넘는 한옥이 조성된 전국 최대 규모 한옥촌이지만, 그 명성에 비해 정작 역사는 100년이 채 안된다.
1911년 일제가 전주부성 성곽을 모두 철거하자, 전주천 인근에 살던 일본 상인들이 전주부성 안이었던 중앙동·다가동 상권 일대로 거주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그 수는 늘어났고, 1930년대 이후 기존 거주민이었던 한국인들은 이들을 피해 풍남문 밖 교동·풍남동 일대로 이주해 한옥촌을 형성했다. 역사학계에선 이것이 ‘팔작지붕이 늘어선 곡선 형태의 근대 한옥’이 가득 찬 전주한옥마을의 기원이라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전주한옥마을은 대부분 유리로 만든 창문과 여닫이문, 화장실까지 실내에 갖춘 근대 한옥이 대다수다. 태조로 일대엔 일본인이 남긴 일본식 가옥도 상당수 혼재돼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전통 한옥촌이라기보다는, 근대 한옥과 일본식 가옥이 공존하는 근현대사의 산물인 것이다.
그러나 전주시는 그간 지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한옥마을의 보존은 뒷전에 두고 최대한 많은 관광객을 부르기 위한 상업지구로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2002년 본격적인 한옥마을 관광화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매년 방문객이 늘자 시는 각종 지자체 행사도 대부분 한옥마을 내에서 진행할 만큼 '1000만 관광지' 명성 유지에 안간힘을 썼다.
그 결과 충경로 등 인근 구도심을 제외하고 전북대학교 면적의 4분의 1에 불과한 이 곳에만 연일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게 됐다. 관광화 성공으로 한옥마을 건물 임대료는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한옥 전체를 사들이거나 임대물로 내놓는 부동산업자들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일제시대 이래로 한옥마을에 거주하던 원주민은 부동산업자에 집을 팔기 시작했고 점차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먹거리 위주 점포와 저가 중국산 한복 임대업 및 전동차 대여업이 거리를 채우게 된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실제 전주한옥마을이 걸쳐 있는 풍남동 정주 인구는 2003년 이후 20년간 44%(2917명)가 줄었고, 한옥마을에 주소지를 둔 인구 역시 2008년 2339명에서 올해 903명(38%)으로 감소해 10명 중 6명 이상의 주민이 마을을 떠난 상태다.
특히 한옥마을 주요 상권인 태조로 일대 50여 곳 상가 중 48곳(94%)의 건축물대장에 2012년 이후 주택용에서 카페와 잡화점 등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한 이력이 기재돼 있기도 하다.
무분별한 개발로 지역의 역사와 함께 한 주민보다 돈벌이를 위한 상인만이 이곳에 남는 부작용이 발생한 셈이다.
문제는 한옥마을 상업화로 인해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수혜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한옥마을을 방문한 관광객은 주로 음식점과 카페 등에 집중되며 부가가치가 높은 숙박 시설을 이용하는 인원은 많지 않다.
특히 이들이 밥 먹고 커피 마실 때 내는 소비세(부가가치세)는 중앙 정부로 79%가 귀속된다.
지자체는 나머지 21%만 거머쥘 뿐이라 시가 얻는 실질적인 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사실상 한옥마을 방문객 수 증가로 인한 관광 특수는 지역 사회에서 극소수에 불과한 주요 상권의 건물 입대업자에게만 돌아갈 뿐이다.
한옥마을 전주향교 인근에서 20년간 콩나물국밥집을 운영한 고 모 씨(64)는 "단골이었던 동네 주민이 다 떠났고 태조로 쪽으로만 관광객이 몰리니 오히려 장사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류인평 전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높은 경제 효과를 위해선 부가가치가 높은 기념품 쇼핑시설이나 숙박업 활성화가 필요한데 전주한옥마을은 입장료를 걷는 것도 아니고 요식업에 치우친 당일치기 관광이 주를 이뤄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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