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섰다. 전체 총인구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현재 진행 중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중견기업의 76%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다양한 문화 예술, 기반 시설 측면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지방 소멸의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청년 지역 연구 모임 <익사이팅>에서 ‘지방의 위기, 균형 발전의 시대는 갔는가’라는 주제로 한양대 글로벌 사회적 경제학과 김종걸 교수와 원광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원도연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하여 세미나를 열었다.
지방은 왜 위기에 직면했을까. 효율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수도권을 이상적인 도시 모델로 지향했기 때문은 아닐까. 안전한 도시 환경, 문화 예술과의 접근성, 자연과의 조화, 편리한 교통 시스템, 다양한 일자리, 이 모든 욕구는 서울이라는 도시로 집중했다. 사람들이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에 모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한정된 땅에 많은 사람이 모이면서 주거는 불안정해졌고 수도권의 집값은 날로 치솟았다. 서울에 땅 한 덩어리를 사 놓는 ‘투자’가 ‘노동’의 가치를 넘어선 지는 오래다. 이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선망하게 만드는 동시에 지방의 가치를 격하하는 시선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한양대 김종걸 교수는 참여에 대한 가치를 강조했다. 지금 상황이라면 서울이든 지방이든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은 취직이라는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 지금을 희생하며 고시원에서 쪽방살이를 참아내고 있고, 노인들은 치솟는 집값을 부담하지 못해 지하 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방에서의 삶은 어떠한가. 대기업 취직, 수도권 대학 진학이라는 단일한 가치를 좇으며 서울을 목적화하고 있다. 서울은 이 모든 욕구가 모여들어 포화상태가 돼버렸고, 지방은 따라 할 수 없는 서울을 따라가기 위해 방향을 잃어버렸다.
원광대 원도연 교수는 산업으로 지역을 키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구를 기준으로 지방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토나 자원 등 새로운 기준으로 시선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위기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발제가 다 끝난 후에 참석자들과 함께 ‘이 모든 제언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종걸 교수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 구조를 꼬집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군주도 정치인도 아닌 내가 왜 정치체계에 관해 쓰고 있는가. 군주와 정치인은 말하지 않고 행동으로 할 수 있으나, 나는 말밖에 못 하니까’라고요.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필자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를 꿈꿔본다. 누군가가 바꾸기를 기대하기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가치를 다듬어 가며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청년 모임은 하나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 모든 발전은 위기를 해결하면서 만들어진다. 이제 다시 질문은 우리에게 돌아온다. 지방의 위기, 지방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정아현 전주 송북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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