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와 낙후된 인프라로 인해 지방소멸 위험 전국 1, 2위를 다투는 전북의 시군들과 달리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는 지역적 특성과 입지를 적극 활용해 인구 유출 방지를 넘어 오히려 인구 유입으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두 지역의 사례를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본다.
"언제적 호두과자?"…지역이 가진 장점을 적극 활용한 천안
충남 천안시는 저출산 고령화로 전국적인 인구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매년 인구가 증가해 70만 명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현황에 따르면, 천안시의 주민등록인구는 지난해 11월 기준 65만 6583명으로 10년 전 2013년의 59만 707명에 비해 무려 6만 5876명(11%) 늘었다.
전주시가 10년동안 인구 65만 명 선에서 머무르다 최근에는 이 인구선까지 붕괴된 것과 달리 천안시는 오히려 같은 기간 10만 명이 늘어난 셈이다.
천안시는 이 같은 인구 증가추세를 발판 삼아 2035년에 인구 100만의 광역도시 달성을 목표로 인구 유입을 위한 도시개발에 시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구가 늘고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10년 전만 해도 호두과자로 대표되던 천안시의 이미지는 현재 수도권 지하철이 다니고 백화점 2곳이 입점한 충남 제1의 중심도시로 탈바꿈했다.
천안시의 인구가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도시가 가진 지리적 입지를 활용한 인프라 확충과 꾸준히 추진되는 도시개발사업이 주된 원동력으로 꼽힌다.
천안시는 조선시대 수도인 한양과 삼남지방(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로서 성장한 도시다. 오늘날에도 천안시는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중심에 위치한 데다 경부고속도로, 경부선 철도(KTX, 전철 1호선) 등 그에 적합한 교통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인근 충북 청주시의 항공과 경기 평택시의 항만 등 다른 교통수단과도 연계할 수 있어 최적의 물류 이동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렇게 지리적 이점과 교통 인프라를 갖춘 천안시를 매력적인 사업 장소로 여긴 대규모 기업들이 입점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지역에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인구도 증가하게 됐다.
현재 천안시에는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천안산업단지, 풍세일반산업단지, 천안테크토파크 등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여러 산업단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로 인해 경제 소비력도 증가하면서 갤러리아와 신세계 백화점,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대규모 쇼핑시설도 다수 입점해있다. 같은 인구 65만 명 규모인데도 롯데백화점 한 곳을 제외하면 대형 쇼핑몰이 전무한 전주시와 상반된 상황이다.
천안시는 이 같은 영광에 취하지 않고 높은 경제 수준의 자족도시로서 탄탄한 수요를 기반으로 도시개발 및 재생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시청과 시외버스터미널이 위치한 동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부권을 중심으로 한 도시개발을 바탕으로 최근 서북구 부대동 일대와 업성호수타운, 성성지구 등 각종 산업단지 개발 등을 통해 도시 외연을 확장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 이러한 천안시의 노력으로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보면 지난해 천안 북부권의 경우 17.83%의 상승률을 보여 천안 동남구(14.69%)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천안시 기획경제국 관계자는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대기업 유치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통한 도시 발전을 위해 기업 수요를 반영한 인허가 및 민원 해결 등 행정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신규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작정 오라고 하면 오겠나"…20대 청년이 살기 좋은 충남 아산시
충남 아산시는 지난 2013년 28만 6613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11월 기준 34만 3978명까지 늘었다.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이 늘었던 2008년 한 해 동안 1만 9452명이 증가할 정도로 1993년 이후 30년이 넘도록 매년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보이고 있다.
충남도가 2022년 12월 발표한 '충청남도 시·군 장래인구추계(2020~2040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증가세가 지속되면 2040년 아산시의 인구는 38만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산시의 인구 증가에서 주목할 부분은 최근 신규 유입된 인구 대다수가 20~30대 청년층에 속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청년인구 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충남 전 시군 청년인구가 감소했음에도 오히려 아산시는 청년인구 수가 1289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증가세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 친화도시 조성 등 청년들의 지역 정착에 역점을 둔 아산시의 전방위적 정책 노력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아산시는 앞선 천안시와 마찬가지로 비수도권 지역이지만,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아산시는 KTX 천안아산역에 이어 수도권 전철 1호선의 세밀한 철도망과 경부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등 고속도로 교통망까지 갖춰져 서울과 불과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 등 수도권과 같은 생활권으로 묶일 만큼 접근성이 좋다.
이를 통해 아산시는 경쟁력 있는 대기업 유치를 연속 성공시켰고,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메카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산디스플레이시티에 자리잡고 있다. 또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 코닝사가 수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아산시의 경제 규모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게다가 아산시는 매년 청년층 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살기 좋은 주거 환경을 마련하는 데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시는 2027년까지 3659세대의 청년주택을 특별공급할 예정이며, 청년 신혼부부 주택자금 대출 이자 지원과 1인 청년 가구에 월세를 지원하는 청년 월세 한시 특별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일자리를 찾아 전주시에서 아산시로 이사왔다는 강 모씨(30)는 "수도권과 인근 천안, 대전 등에 생산 기업들이 몰려 있어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그 만큼 일자리도 많고 이직도 쉽다"며 "집값도 저렴해 부동산 투자도 시도해볼 만 한 것 같다. 갈수록 도시가 발전해가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지역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7월 31일 펴낸 ‘인구감소시대 지역발전을 위한 규제 합리화 방안‘에서 “각 지자체가 지역 내 인구수를 조사할 때 수치만 보는 것을 넘어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현상유지를 위해 주변 군소 도시의 인구 유입을 노릴 것이 아니라 활발한 경제 활동을 통해 소비력을 갖춘 경제인구가 모여들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자족도시를 목표로 미래지향적 도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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