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부터 가까이는 칭기즈칸, 미국의 워싱턴과 스웨덴의 구스타프 1세 바사, 그리고 앙골라의 네토까지...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국가의 건국에 깊게 관여한 이른바 건국자라는 점이다. 그리고 다음 공통점은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화폐가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국가의 건국자는 그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에 상징적인 존재이다. 모두에게 잘 알려진 워싱턴 D.C.와 로마의 건국자인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의 이름을 딴 로마, 불가리아 건국자의 이름을 딴 부다페스트까지 삶의 공간 그 자체를 건국자의 이름으로 바꾼 예도 쉽게 확인된다. 이렇듯 국가의 건국자는 상징적인 존재인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과 역사적 시공간을 공유하는 한반도에는 어떤 건국자들이 있었을까? 고조선의 단군왕검에서 시작하여 고대의 온조, 비류, 주몽, 박혁거세, 김수로, 후삼국의 견훤과 궁예 그리고 태조 왕건과 태조 이성계까지, 이들은 모두 한반도에 성립된 국가들의 건국자로서 많은 이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건국자들 중 가장 많이 인구에 회자되는 인물은 누구일까?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서 제공하고 있는 검색어트렌드 서비스를 통해 1년 동안 대표적인 건국자인 ‘이성계, 온조, 박혁거세, 견훤, 왕건’의 키워드 검색 추이를 각각 살펴본 결과, 태조 이성계는 이들 중에서 가장 높은 검색량(33.5%)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이어 왕건(25.9%), 박혁거세(21.6%) 순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대중들에게 가장 각인되어 있는 건국자가 태조 이성계라는 결과를 도출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태조 이성계를 일상 속에서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 ‘함흥차사’는 일상적인 사자성어가 되었으며, 이성계와 연관된 다양한 설화는 우리의 삶 속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전북에는 이성계의 모든 흔적이 남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태조 이성계의 기상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그의 어진과 경기전, 마이산과 황산대첩, 뜬봉샘 등 전북은 태조 이성계를 오롯이 품고 있는 지역이다. ‘이성계 리더쉽 센터’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태조 이성계 관련 유적의 약 76%가 전북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이성계와 전북의 가까움을 넘어 필연적 관계를 잘 보여준다.
2024년, 전북은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로운 ‘建道’를 준비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조선 건국의 상징인 ‘이성계’가 주목되는 것은 필연적 관계의 연장선일 것이다. 새로운 역사를, 그리고 도약을 준비하는 전북특별자치도와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고 새로운 왕조를 개창한 이성계는 同色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른 지역이 염원해도 얻을 수 없었던 이성계와의 필연적 관계를 가진 전북이, 앞으로 이성계 자산을 선점할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태조 이성계, 이들이 함께 걸어가게 될 새로운 역사가 기대된다.
/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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