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몇 명일까?’ 새해 벽두, 농촌학교의 관심사는 단연 입학생 수다. 학교의 명운이 달려 있으니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인구절벽 시대, 교육청에서도 학교별 입학예정 아동 수를 집계하면서 촉각을 세운다. 전북교육청의 ‘2024학년도 초등학교 예비소집’ 자료에 따르면, 올해 도내 취학대상 아동은 1만1523명이다. 해마다 그 수가 큰 폭으로 줄면서 1만명 선 붕괴가 눈앞이다.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작은 학교도 늘었다. 전북에서 새해 신입생이 아예 없는 초등학교가 32곳, 단 1명인 학교가 37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임실 덕치초등학교와 완주 봉동초등학교 양화분교가 눈에 띈다. 최근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농촌유학’이 태동한 곳인데도 학교에 유학생이 사라진 지 오래다. 게다가 올 입학생은 1명뿐이다.
섬진강변 작은 학교인 임실 덕치초에서는 2006년 도시 학생들이 전학 와서 공부하고 돌아가는 ‘섬진강 참 좋은 학교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또 2007년에는 한 시민활동가가 완주 봉동초 양화분교와 연계해 산촌유학센터를 운영하면서 농촌유학의 모델을 정립했다. 당시 폐교 위기에 몰린 시골 작은 학교의 학생수가 갑자기 늘면서 이들 학교는 농촌 작은 학교 활성화의 모델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마침 농촌학교의 위기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시점이었다. 전북도가 즉각 도정에 반영했다. 2012년 ‘농촌유학 1번지’를 선포한 뒤 전국 최초로 ‘농산어촌유학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농촌유학지원센터도 설립했다. 하지만 반짝 성과에 그쳤다. 동력을 이어가지 못해서다.
그렇게 잊혀져가던 농촌유학 정책이 최근 부활했다. 민선 8기, 전북교육청이 적극 나섰다. 2022년 서울시교육청, 전북도, 재경전북도민회와 ‘농촌유학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서울 등 도시지역 학생을 유치했다. 새해에는 도내 13개 시·군, 31개 학교에서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농촌유학 운영 학교와 참여 학생수가 대폭 늘었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기상황에서 나온 비상대책이다. 차분하게 짚어보면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교육을 통한 귀촌’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농촌학교가 도시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수도권 아이들을 위한 대안교육기관이나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인식될까 걱정이다. 그것도 농촌지역 교육청과 지자체에서 그들에게 매월 50만원의 체재비까지 지원해주면서 말이다. 지속가능성도 문제다. 전북교육청이 농촌유학 정책에 다시 불을 지폈지만 정작 이 정책의 산실인 임실과 완주의 두 학교는 참여하지도 못한 채 다시 위기를 맞았다. 농촌유학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되면서 그 기반과 동력을 진작 잃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농촌유학이 서울 등 도시 아이들이 아닌, 농촌과 지역사회 작은 학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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