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신작 시집 <하염없이 하염없는> 펴내
나이 듦과 외로움의 정서 담담한 어조로 써 내려가
지독한 외로움에 허방을 짚으며 청춘의 한 시절을 건너온 강연호 시인이 11년 만에 신작 시집 <하염없이 하염없는>(시인의 일요일 시집)을 펴냈다.
72편의 작품이 담긴 이번 시집을 통해 강 시인은 나이 듦과 고독, 외로움의 정서를 담담한 어조로 낭독한다.
시인은 “가야 하는 상갓집을 다녀오는 길에” “보란 듯이 서로 싸우는 유족을 만나고”와도 “남의 집안 문제는 관여할 바가 아니어서/다들 묵묵히 문상을 하고 조의 봉투를 내밀고/육개장을 먹고 돌아들가는 (‘외로움을 잃어버렸죠’ 중에서) 쓸쓸한 일상이야말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시집에서는 혼자 무언가를 하며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주체가 눈에 띈다.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휩쓸리는 삶에 대한 거부감을 시인은 쓸쓸함과 외로움이라는 정서에 빗대 은유적이고 내밀하게 그려낸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은 외로워서 강해 보인다//기억의 부력은 놀라워서 언제든 기어이 떠오른다/…(중략) 세계가 고요하면 긴장해야 한다//…(중략) 혼자 노래하는 사람은 쓸쓸해서 강해 보인다(‘혼자 밥 먹는 사람은’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단순히 ‘쓸쓸함’이라는 정서에만 젖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시인은 스스로 “외로워서 강해 보인다”라고 고백하며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홀로임을 선택했다고 선언한다.
우르르 몰려다니지 않고 혼자 떨어져 나와 있는 시의 주체는 세상에 대해 냉소와 연민의 태도를 보인다.
세상의 통념에 대해 냉소적 시선을 드러내다가도 세상의 시선이나 일그러진 욕망으로 왜곡된 대상을 향해서는 연민의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저녁은 늘 한숨 같이 와서 결국 달래지 못할 것을 달래려 한다"는 시인의 말처럼 시집 <하염없이, 하염없는>은 무수히 흘려보낸 날들을 돌이킬 수 없지만, 어느새 단단해진 시인의 내면을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다.
1991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강연호 시인은 <비단길>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기억의 못갖춘마디>등의 시집을 펴냈다. 현재는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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