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이 태어날 때 선하게 태어났는지, 악하게 태어났는지는 필자도 판단하기 어려우나 이 문제는 오래도록 결론 없이 지금까지 설로 내려온 것 같다. 중국춘추시대 유학자이며 정치가이기도 한 맹자(孟子)는 성선설을 주창하며, 인간의 본성은 본래 선한 심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했다. 순자(荀子)는 인간의 본성은 본래 악하게 태어났다고 성악설을 주창했다. 이를 두고 성선설을 지지하는 사람과 성악설을 지지하는 사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성악설에 무게가 더 실리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성악설에 근거하여 살펴보면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이 팽배하여 사회가 안정되지 못하고, 극단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자기만을 위한 생각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이해하려는 마음이, 추호도 없이 일방적인 행동으로 치닫고 있어 혼란한 사회가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배려(配慮)라는 말을 떠올려보자. 배려의 사전적 의미는 관심을 가지고 이리저리 마음을 쓴다는 뜻으로 되어 있으며, 나 아닌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한걸음 더 나아가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도 있다. 즉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한다는 것으로 배려와 동등한 뜻을 가진 말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비근한 예로 지하철 임신부석은 임신부가 배도 무겁고 힘든 상황을 배려하여 비좁은 객차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지정석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부가 아닌데도 자기만의 편안을 위하여 젊은이들 혹은 젊은 신사가 앉는 경우도 있다. 또 경로석도 마찬가지로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배려한 좌석임에도 젊은이가 앉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를 본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옛날에는 줄서는 것을 낯설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차례대로 줄서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약간의 질서 의식이 피어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1992년도에 유럽 꽃의 나라 네델란드를 여행한 바있는데 그때 암스테르담 시가지 삼거리에서 좌우 양쪽 차량들이 오가는 것을 보았다. 교통경찰관도 없고, 신호등도 없는 삼거리에서 좌우 양쪽에서 오는 차량들이 바쁜 세상에 먼저 가려고 하는 마음도 있으리라 생각되나 상대방 차량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일단 정지하여, 상대방 차량을 먼저 가도록 하였다. 서로 차량끼리 먼저 가려고 하는 상황 없이, 엉키지 않고 질서 있고 안전하게 통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역시 선진국이어서 교통질서도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한편 꽃을 가꾸고 사랑하는 것이 생활화 되어서 꽃같이 순하고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충만하여 남을 배려하는 심성이 몸에 배어서 나오는 행동이라고도 생각해 보았고 부럽게 생각도 하면서 우리나라도 이런 교통문화가 빨리 정착되길 기대해 본적이 있다.
요 근래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을 보면, 필자는 여도 야도 아니지만 여야가 서로 극한 대립하면서 상대방을 적 같이 대하고, 오직 자신만이 옳다고 하면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죽기 살기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기심에 매몰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어서 야기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배려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마음으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하는 정치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조현건 전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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