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생명이다. 큰 물길을 따라 어김없이 삶터가 형성되고, 사람들은 그 물길에 기대어 도시와 문명을 발달시켰다. 그래서 큰 도시의 중심엔 꼭 이름난 하천이 있다. 그런데 이 도시하천에 큰 숙제가 생겼다. 하천 유지용수를 확보하는 일이다. 20세기 도시팽창 과정을 거치면서 유수량(流水量)이 크게 줄어 건천화(乾川化) 현상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도시의 불투수층 증가와 녹지면적 감소, 치수 위주의 하천정비, 기후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유량이 줄어든 도시하천은 수질 악화로 몸살을 앓았고, 친수공간으로서의 기능도 상실했다.
전주 시가지를 관통하는 전주천과 삼천도 다르지 않았다.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전주천은 물이 풍부해 시민들이 빨래와 목욕을 하고, 고기잡이와 물놀이, 썰매와 스케이트를 즐기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길 곳곳에 토사가 수북이 쌓인 모습, 그리고 둔치의 무성한 수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또 상류에서는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에서만 흐르는 복류(伏流) 구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두 유량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다. 다행히 이들 하천은 1990년대 말부터 추진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으로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천 유량 부족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남겨 놓은 것이다.
민선 8기 다시 하천에 주목한 전주시가 최근 ‘전주천·삼천 명품 하천 365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홍수 예방 및 시민안전 △시민 휴식·문화공간 조성 △하천 유지용수 확보 △하천 조도 개선 등 4대 추진전략도 제시했다. 특히 유량 늘리기 사업이 관심을 모은다. 전주천 상류 상관저수지 수문 설치와 전주천·삼천 합류지점인 금학보 취수 및 하수 처리수 재이용 등을 통해 건천화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만경강 지류 전주천‧삼천 유량 늘리기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과 연계해 하천 정비 프로젝트를 역점 추진하면서 전북도가 ‘옥정호~삼천 도수터널 설치’ 사업을 발굴해 정부에 건의했다.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에서 완주군 구이면 삼천 최상류까지 3km 구간에 도수터널을 설치하고, 초당 4톤의 물을 끌어내 삼천~전주천 하류~만경강~새만금 담수호로 이어지는 물길에 흘려 유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새만금 수질 개선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전북도가 별도 조직까지 꾸려 개발한 이 프로젝트는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애초 막대한 사업비와 지역간 물분쟁 소지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적었다. 결국 탁상공론이었다.
도시하천을 시민 힐링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이 풍부해야 한다. 유량이 부족하면 시민들이 기대하는 그 어떤 기능도 할 수 없다. 전주시가 내놓은 ‘명품 하천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하천 정비와 휴식·문화공간 조성 사업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번엔 하천 유지용수 확보사업에 우선순위를 두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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