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문명의 시작과 함께한 인류 문명의 원천이다. 고대로부터 불은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신성하고 소중한 존재로 여겨졌다. 일례로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주고 문명 발전을 이끈 신으로 그려졌다.
오늘날 인류가 이룬 찬란한 문명은 불을 다루는 방법을 터득한 것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은 한순간에 우리가 이뤄놓은 모든 걸 파괴하는 위협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특히 산불은 우리 삶의 터전과 재산을 앗아가고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오랜 세월 자라난 숲과 자연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바꿔버린다. 파괴된 숲이 원래대로 돌아오기까지는 수십에서 수백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최근 지구 전역에 걸친 온난화의 영향으로 대형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봄 캐나다 서부에서 시작돼 수개월에 걸쳐 캐나다 전역으로 번진 산불은 대한민국 전체 면적보다 넓은 무려 13만7000㎢를 태우고 17만 명을 대피하게 해 ‘캐나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산불’로 기록됐다.
또 지난해 8월 하와이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해안까지 빠르게 번져 마우이섬의 거주지를 비롯해 유적, 박물관 등을 덮쳤다. 이 산불로 90명이 넘는 사망자와 3천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해 미국 역사상 100년 만에 가장 큰 피해를 준 산불로 남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산불이 계속 발생하는 추세다. 지난 2022년 3월 울진에서 시작돼 삼척까지 번진 산불은 20923㏊를 불태우고 1600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줘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피해를 남긴 산불이 됐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초엔 홍성, 당진, 함평, 순천 등 서부 지역에서 대형산불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봄은 기온이 높아지고 습도가 낮아 산불 발생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산불 537건 중 56%에 달하는 303건이 봄(3~5월)에 발생했다는 사실이 봄철 산불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또 등산인구의 증가와 함께 논밭두렁에 들불을 놓거나 영농부산물, 생활쓰레기를 불법 소각하는 관행도 여전히 존재해, 산불 발생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우리 전주시는 봄철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월 1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 104일간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비상연락 체계 아래 감시원 60명, 전문진화대 64명, 기계화진화대 19명 등 총 143명이 전주시 관내 산불 취약지와 거점 지역에서 감시 및 진화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산불감시 카메라와 드론 등을 활용해 빈틈없는 산불감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지난해 산림청 공모사업에 선정된 완산권역 산불대응센터를 건립해 산불 진화 인력의 상시출동 태세를 유지하고 산불진화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등 신속한 산불 대응 태세를 확립할 계획이다.
정말 작은 불씨 하나가 큰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자발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입산 시에 라이터와 담배 같은 화기와 인화물질을 소지하면 안 된다. 사소한 담뱃불 하나가 수백 년간 쌓여온 삶의 터전과 무수한 생명들을 앗아가는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불씨나 연기를 발견하면 큰불로 번지지 않도록 바로 신고해야 신속한 초기대응과 진화로 이어져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기울이는 작은 주의와 관심이 소중한 생명과 자연과 숲을 지키는 바탕이 된다.
최현창 전주시 자원순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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