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란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안전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과연 어느 정도에 와 있을까?
OECD 국가 중 한국인의 삶의 질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안전지수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증가하고 위기 상황에 도움받을 곳이 없다는 사람의 비율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홀몸노인이 늘어나 사회적 고립도가 높아지고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도 크게 늘고 있다. 2023년 세계 8위의 무역 강국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사는 우리로서는 참 부끄러운 일로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겠다.
사회적 안전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국가적 안전교육이 생활화되어 있는 선진국으로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학교에서 발달 단계에 맞는 안전교육을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어려서부터 생활화되어 있으며, 일찍이 산업이 발달해 산업재해 예방에 경영시스템으로 사업장 안전 방침과 로드맵을 철저히 현장에서 운영해 왔다. 안전사고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2014. 4. 16.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나라도 부랴부랴 2015. 2. 26. 교육부가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을 발표하고, 이어 행안부에서 ‘6대 안전 분야 안전교육’ 안을 내놓아 생애주기별 평생 안전교육 매뉴얼을 만들고 시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이 안은 짜임새 있는 연구와 개발로 참 잘 되어 있다.
그러나 실행 의지와 노력이 문제다. 국가와 지자체, 각 기업에서 투자를 늘리고 계획대로만 해나간다면, 우리도 안전 선진국에 들어가고 국민들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후 이태원 사고와 대형 화재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이어졌고, 살펴보면 대개 사소한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에 원인이 있었다.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는 물론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이어져야 할까?
안전사고는 사전 예방과 유사시 대처 능력인데, 이는 오직 교육을 통해서 안전의식이 형성되고 실습으로 행동이 몸에 배어야 한다. 사고는 운이 없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고 대충 넘어가던 그릇된 방심 문화에서 온다.
오늘날 학교는 교육과정과 특활 운영에 전문적인 지도를 위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외주로 교육에 투여된다. 교사들이 기술적 전문성과 장비부족, 시간의 한계 등으로 소홀해지고 있는 실습 위주의 안전교육을 국가 지정기관과 인증된 전문인력에 맡겨서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학교보건법’으로 교직원들과 ‘어린이안전법’으로 어린이 이용시설 종사자가 법적으로 응급처치 교육을 매년 의무적으로 받고 있으나, 대부분 일반인은 안전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편이다.
우리도 안전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다만 위 대로 잘 짜인 매뉴얼을 기본과 원칙대로 실천해 나가느냐의 문제인데, 이런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안전시설도 구축하고 살펴야 함은 물론, 안전의식을 기르는 안전교육에 예산을 대폭 늘려서 실질적인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지자체들은 엄청난 예산을 다루며 특히 축제나 행사 등에는 수천, 수억을 투자하며 안전교육에는 쥐꼬리만큼 배정하고 인색하다. 우선 표가 안 나니 지나쳐 버리고 가시적 성과에 눈을 돌리려는 국가나 지자체 지도자들은 각성하고 의식의 전환이 절대로 필요하다.
모든 사업으로 경제적 풍요와 삶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하지만, 인간의 생존권을 지키는 안전은 우선 되어야 한다. 사회에 만연된 설마 설마의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투자로 교육과 훈련을 잘하여 이제라도 안전 민감증 시대를 열어가자.
/고병석 (사)한국아동청소년안전교육협회 전북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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