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이수종(76)은 21세기에 맞는 달항아리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해 온 인물이다.
17세기 후반부터 빚어진 달항아리가 오늘날까지 똑같은 형태로 만들어지는 관행을 작가 스스로 깨트리기 위해서였다.
도예가로서 전통 도자의 현대적 표현에 몰두해 온 이수종 작가가 달항아리를 재해석하는 일에 매진하게 된 것도 이 때문.
작가는 2000년대 후반부터 자신의 상징적인 작품세계 '철화분청' 대신 새로운 양식의 백자 달항아리 작업에 집중했다.
오랜시간 숙련과 사유를 통해 탄생한 달항아리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대담하다.
두고 보기에 가장 적당한 크기, 넉넉한 형태, 자연스러운 빛깔을 추구하며 한국 전통 도예 기법을 현대적인 미감으로 승화했다.
그가 빚어낸 초기 작업물은 꽃과 풀 등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사실적인 표현에 힘써왔다면, 최근에는 항아리에 한문의 서체를 철화 작업해 추상적으로 담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그렇게 흙과 물, 바람과 불로 일궈낸 이수종의 독창적인 도자예술의 세계가 완주 아원고택에서 펼쳐진다.
‘이수종의 도예세계가 당도한 곳’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전시에는 달항아리를 비롯해 회화, 드로잉 작업물 등 작가의 근작과 신작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것은 전통한옥과 현대건축물의 조합이 아름다운 아원고택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아원고택의 고즈넉한 풍경에 달항아리가 어우러지면서 황홀경을 선사한다.
장동광 미술평론가는 “이수종의 도예 세계는 무위자연의 철학에서 배태된 비작위적인 조형감각이 모태의 유전처럼 깃들어있다”라며 “그가 추구하는 도예세계는 물아일체의 한 순간에 떠낸 세상에 관한 명상이자 존재성에 관한 선문답의 그림자”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택의 아름다움을 재구성하고 있는 아원고택에서 열리는 도예전은 ‘피안의 가장자리’에 선 ‘도예의 다른 곶’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종의 도예세계가 당도한 곳' 은 15일부터 5월 26일까지 완주 아원고택에서 만날 수 있다. 오픈식 15일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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