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신혼부부의 출생을 유도하기 위하여 아파트를 쉽게 구입하게 해준다든가, 출생하면 얼마의 금원을 지급한다든가, 등등의 당근책을 내놓을 때마다 참 좋은 세상이다 하면서도 가슴이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다. 출산이라는 것은 위대한 인간 창조이며 어떤 논리로도 범접할 수 없는 천상천하의 홍익인간 정신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아빠나 엄마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제2세가 그 가정에 태어났다는 것이고, '하부지' '하무니' 소리를 듣는 가정은 손자나 손녀가 그 집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집안에서 커가는 모습들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든든한 힘이 솟아나는데, 저출산의 영향인지 근자에는 '하부지' '하무니' 소리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 나라 걱정을 아니 할 수 없는 현실이다.
1970∼80년대 대한민국 출산정책은 어떠했는가? 세상에나, 예비군들이 정관수술을 하면 예비군 훈련 일주일을 빼주었고, 시골 면사무소 가족관계 담당 여성공무원은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낯 부끄럽게 콘돔을 한 뭉치씩 돌리면서 출산 억제 정책이 지상명령처럼 방방곡곡에서 메아리쳤던 시절이다. 당시에는 필수불가결한 판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면 모든 국민이 너나 할 것 없이 동참하였다는 것이, 국가정책의 우월성 작용이 아닌가 싶다.
최근 국가 정책이 아닌 일부 기업에서 만 8세 이하 아이를 키울 때 4년간 재택근무를 하게 한다고 한다. 또한 초등 6학년생 이하일 경우 부모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리고 또 어떤 기업은 출산휴가 후에도 별도 신청 없이 육아휴직을 하게 하여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부담을 덜게 하고 자연스럽게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좋은 제도와 정책은 정부가 먼저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특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공직자들의 안정된 업무 지향과 복지 차원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
모 일간신문이 아침밥 차려주고 거실로 출근하게 한다는 기업을 소개한바 있다. 이 얼마나 감동받을 저출산의 치료제이며 가슴에 와 닿는 제도인가. 자연에 순응하게 하고 인간 창조에 스스로 동참하게 하는 발상은 아이를 키워본 부모들은 뼛속 깊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부득이 손녀와 한 가정에서 함께 살고 있다. 지금 세대는 먹고 쓰고 그리고 충분한 여유의 생활자금이 있는 사람 외에는 부부가 대부분 직장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부부가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최우선 과제가 아이를 낳았을 경우 어떻게 키울 것인가이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손녀가 나를 향해 '하부지'하고 달려올 때는 꿈인지 생인지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고단한 하루의 일과를 서둘러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진종일 시달려 터덕거린 발걸음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갈 때, 몸을 부리며 달려온 손녀의 조막손을 꼬옥 잡고 생명의 존귀함과 기쁨의 눈물을 흘려 보시라.
/이형구 전북지방법무사회장(시인·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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