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램록(Glam Rock)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뮤지션. 음악적 재능을 채권으로 만든 사나이. 1997년 영국의 가수 데이비드 보위는 자신의 앨범 25개 287곡에서 나오는 저작권료(Royalty)를 담보로 채권을 만들었다. 이른바 보위채권(Bowie Bonds)이 그것이다. 액면가 1000달러, 이자율 7.9%, 만기 10년의 보위채권은 음악이라는 지적재산권을 담보로 발행된 세계 최초의 증권이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미국의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보위채권에 투자등급 A3를 부여하였고, 미국의 거대 보험회사 프르덴셜 파이낸셜은 5500만달러(약 600억원)어치의 채권을 사들였다. 물적담보가 없더라도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은 안정적 금융상품으로 평가한 것이다. 보위는 미래의 로열티 수입을 포기하는 대가로 목돈 5500만달러를 손에 쥐었고, 푸르덴셜은 당시 10년만기 미국국채 이자율 6.73%보다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림으로써 상호 윈윈(Win-win)하는 거래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듀서이자 인간벤처 방시혁. 그는 2005년 자본금 1억5000만원을 투입해 하이브(HYBE)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였다. 설립초기 자금부족으로 경영애로를 느낀 그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을 찾게 된다.
재단에서 보증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실태를 조사한 결과 누적적자가 거의 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방시혁 대표의 저작권과 음반 제작 및 프로듀싱 능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2억원의 지원을 결정하게 된다. 이때 지원된 자금은 BTS 등 신인그룹 프로듀싱과 엔터테이너 양성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적자를 사유로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 빌보드 차트를 휩쓴 아이돌그룹 BTS는 탄생될 수 있었을까?
이제 우리나라 금융제도와 관행은 혁신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물적담보에 의존한 후진적 금융관행에서 탈피하고, 지식재산의 미래가치를 평가하여 과감하게 지원하는 선진적 금융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한다. 지식재산이란 인간의 창조적 활동 및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 창작, 표시 및 영업에 관한 무형의 자산(Intangible Property)을 의미하는 것으로 허락없이 이용할 수 없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다. 특허권·실용신안권·상표권·디자인권과 같은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지식재산 등록은 298만5360건이고 그중 전북은 4만1686건으로 1.4%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전북신용보증재단은 지식재산을 보유한 전북 기업인들의 창업 및 사업화를 돕기 위해 지식재산 특례보증제도를 시행하였다. 특례보증 지원대상은 한국발명진흥회 특허평가등급이 B등급 이상이거나 산업재산권을 사업화하는 기업이고, 지원한도는 최대 1억원이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5.59%이지만 도(道)에서 이자를 2.0%p 보전하기 때문에 기업은 3.59%만을 부담하면 된다. 전북신용보증재단은 경제통상진흥원,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투자와도 연계하여 지식재산특례보증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유관기관이 투자를 하면 재단이 최대 2억원까지 특례보증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북은 이제 특별자치도로 새롭게 태어났다. 따라서 금융제도와 관행도 특별해질 필요가 있다. 지식재산 특례보증을 마중물로 데이비드 보위, 하이브 창시자 방시혁과 같은 혁신적 기업인이 많이 탄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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