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말이 자주 인용된다. 카인의 후예인 인간이 만든 도시보다는 신이 만든 자연을 노래했던 종교적인 의도와는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도시전문가들은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라는 후렴구를 찾아내 도시를 강조하고 있다. 이 말은 도시의 효능과 진화를 설명하는 훌륭한 은유이자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도시가 사람처럼 재능이 있고 매력과 품격을 가지고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만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고 독특한 매력과 품격을 갖춘 도시가 있다면, 사람들은 그 도시에 살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서두를 이렇게 꺼내는 것은 도시나 지역의 매력과 품격을 높이는 일이 인구나 경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의 재능을 얘기하고 있다. 도시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말한 영국의 역사학자 벤 윌슨, 인류 역사는 도시 승리의 역사라고 단언하는 미국의 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의 성장 기회와 창조적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는 도시야말로 인류가 진화시킨 독창적인 메카니즘이라고 정의한 물리학자인 제프리 웨스트가 그 예다. 도시의 재능이 도시발전과 인류문명을 이끌어 왔음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도시의 재능은 그 도시에 특유한 매력이 더해질 때 꽃 피울수 있다. 공간의 매력은 그 지역을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이며, 여기에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역사적인 건축물, 독특한 문화 행사, 맛있는 음식 등 다양한 것들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매력은 사람들이 그 지역을 방문하게 하고, 더 나아가 그곳에 정착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도시의 다양성이 확대되는데 일조한다는 의미이다.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소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도시의 독특한 특성과 문화를 살려야 한다.
또한 도시의 재능과 매력은 품격을 갖추어야 빛이 난다. 공간의 품격은 그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떠나 논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품격은 우리 국민들이, 정치인의 품격은 정치인이 만들어 가야 하듯이, 품격 있는 도시 또한 그 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다양한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며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디지털 기술이 현대인의 일상을 압도하는 요즘에 품격 있는 도시가 되려면, 정치적 수사와는 다르게, 도시에 축적된 고유한 역사와 문화의 기반 위에 지역 주민들의 품격 있는 삶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최근 갈수록 늘어나는 ‘삶의 질’에 대한 주민 욕구를 충족시키고, ‘공간의 질’이 지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새로운 정책 대안으로 ‘매력 있고 품격 있는 도시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인구나 경제의 규모도 아니고 건물의 크기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도시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현재와 잇고 새로운 문화 예술을 더하여 매력과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창의적인 표현을 장려하며, 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의 디자인과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도시와 지역 차원의 노력, 그리고 택지가 부족한 도심에 큰 정원을 만드는 일도 품격을 높이는 모습일 것이다. 여기에 편리한 대중교통과 지역의 곳곳을 연결하는 교통연계시스템, 수준 높은 교육환경과 양질의 주거환경, 생활밀착형 기반시설은 소확행을 추구하는 주민들에게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서순탁(서울시립대학교 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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