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의뢰인은 어릴 때부터 절도, 강도, 폭행 등의 전과가 있고, 다시 지인과 고의로 차량 사고를 내 보험 사기로 구속되었다. 의뢰인은 곧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자신이 삶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어떻게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오래전 다른 의뢰인은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서 선임하면 사무장이 반성문을 잘 써주겠다고 했다며, 반성문이 중요한 것인지 물어온 적이 있다. 솔직히 필자는 지금도 그러한 반성문이 큰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연이 있는 사건인 경우 반성문을 꼭 잘 써 볼 것을 권하곤 한다. 위 사례처럼 어린 나이에 가족과 어른들의 제대로 된 사랑과 훈육을 받지 못하여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거나, 범죄에 이르기까지 그 동기가 참작할 만하다고 생각된다면 반성문을 써보라고 얘기한다.
반성문에 담겨야 할 내용은 단순히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보통 형사재판의 판사는 풀어준 범죄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를 보게 된다. 판사에게 피고인이 재범 가능성이 작아 지금 선처해 줘도 다시 형사 재판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위 의뢰인은 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으며,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인생 계획을 설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먼저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왜 범죄에 연루되어 전과가 발생했고, 왜 범죄가 계속돼도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왜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야 한다. 그다음은 이제 어떠한 기술을 배우고, 어떠한 직장을 잡고, 얼마의 돈을 매월 벌 것인지 계획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돈으로 자신의 생계뿐만 아니라 부모, 아내, 자식, 여자 친구와 어떻게 가족관계를 형성할지 다짐해야 한다.
사실 반성문 잘 쓰는 법 같은 건 없다. 또 반성문이 실제 피고인이 중형을 피하고자 거짓을 반복한 것인지, 양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최소한 의뢰인이 반성문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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