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원년 ‘성과 창출’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전북지역 공직사회와 정치권이 때아닌 갑질 논란에 흔들리고 있다. 전북지역 정치권과 고위직 공무원들의 속칭 적극 행정과 열정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작용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갑질 논란은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기대에 찬 전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과 전북도가 보여주기식 실적에 집착하는 데 앞서 적극 행정과 갑질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도록 노사 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전북정치권과 도 관계자 다수에 따르면 전북은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눈에 보이는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연스럽게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등 선출직들은 다음 선거를 치르기 위해 단기간 성과에 집착했고, 이는 질적인 고민보다 양적인 퍼포먼스에 치중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전북도 내부에선 간부 공무원들이 ‘특별자치도 발전을 위한 내실을 고민하기보다 도지사가 솔깃해할 아이템이나 정치적 홍보를 위한 일에 치중하면서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무직뿐만 아니라 부단체장을 노리는 3~4급 간부들도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보여주기식 실적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전북 공직사회에서 만연하고 있는 성과 가로채기, 부하 직원에 희생을 강요하는 문화도 공적을 세워야 승진하고 요직을 맡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인했다는 게 공무원 노조의 시각이다.
21대 국회 전북정치권에선 유독 보좌진들의 교체가 잦았다. 일부 의원실의 경우 임기 초기에서 후반부까지 바뀐 보좌진 수가 20여 명 규모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전북 의원실 10곳을 잠시 거친 보좌진의 수도 5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선출직이나 고위공직자들이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지기보단 그 부담을 온전히 말단 직원에 떠넘기면서 일을 그만두는 사례가 속출해서다.
전북도 역시 비슷한 굴레에 빠졌다. 전북의 백년대계를 세울 특례 설계 부담을 간부들이 지는 게 아닌 6급 이하 공무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도 높다. 혹여 특례나 도지사 공약사업과 관련해 좋은 성과가 도출되면 그 공은 간부들이 차지하고 실수는 부하직원에게 떠넘기는 팀장이나 과장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국회의원이나 3급 이상 고위공직자 일부는 “자신의 열정이나 능력을 일반 직원들이 따라오지 못하고 불만만 제기한다”면서 “일을 제대로 하려면 좋게 좋게만 해선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반박한다.
덕장으로 평가받는 간부 공무원들은 갑질 논란이 잘못 비화하면 효율적이고 열정적인 업무 분위기에 장애가 될 것으로 염려했다. 한마디로 정당한 지시와 갑질을 구분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도청 내부의 갑질 논란에 대해 김관영 지사는 이날 "문제는 문제대로 풀어내고 도정은 '겸손한 소통'과 '굳건한 기강'을 바탕으로 끌어가자"고 제안했다.
22대 전북 국회의원 당선인들 역시 “갑질과 열정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스스로의 언행을 경계하고 성과가 있으면 개인도 성장한다는 믿음을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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