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야구팬들 사이에 ‘9,10,10,10, 9’ 라는 유행어가 있다. 10개 프로야구 구단중 한화이글스가 최근 5년간 기록한 팀 성적을 의미하는 것인데, 오죽하면 ‘한화팬은 보살’이라는 말이 있을까. 하지만 묘하게도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지역 연고팀을 응원하는 이들의 열정은 식지 않는다. 어려울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주는 응원자가 있다는 것은 언젠가는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무려 30년 넘게 전북에서만 관심사일뿐 주요 국정 과제에서 밀려나 있던 새만금사업은 한화이글스 처지와 비슷한 점이 없지않다. 동네북 신세가 되고, 외면받던 새만금사업에 대해 적어도 전북도민들은 무려 30년 넘게 광팬이었다. 지난해 새만금 지역에 10조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보다 앞서 8년 5개월간 투자 유치한 액수는 고작 1조 5000억원에 불과했다. 새만금 산단은 시간이 지나면 크게 살아날게 분명한데 문제는 산업단지에 국한하지 않는다.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를 유치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새만금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부터 2년전 지방선거때 디즈니랜드는 전국적인 화두로 등장했다. 김관영 지사뿐 아니라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 경북 구미시까지 후보들이 디즈니랜드 유치를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당시 새만금에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를 유치해서 관련 산업과 관광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후속 조치로 전북연구원은 '새만금 대규모 테마파크 유치 구상 연구'를 주제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개발 여건 분석과 가능성 검토, 선제적 대응 방안 제안 등을 과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 디즈니랜드는 전 세계적으로 단 6곳뿐이다. 미국에 2곳,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홍콩, 중국 상하이 등이다. 동북아시아권에 전체 디즈니랜드의 절반이 몰려 있는데, 상하이로 결정될 당시 서울시는 과천 대공원 부지 제공을 약속하며 뛰어들었으나 실패했다. 디즈니와 필적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미국 이외에 일본 오사카, 싱가포르에 문을 열었고, 중국 베이징에도 진출 예정이다. 사실 세계적인 테마파크들은 부지 무상제공을 비롯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해도 올까말까한 상황이기에 새만금 유치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이 분야 전문가들은 “새만금의 넓은 땅을 파격적으로 제공하고 중앙정부의 협조를 얻어 다른 유인책까지 제시하면 못할것도 없다”며 새만금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있다고 귀띔했다. 요즘 증권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간암치료제를 개발한 HLB인데 시가총액이 12조가 넘는다. 전라고와 원광대 법대를 졸업한 진양곤 대표가 바이오사업에서 이처럼 우뚝 설 것이라고는 업계에서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새만금 디즈니랜드 역시 현재로선 유치가 불가능해 보이지만 HLB의 사례를 보면 못할 것도 없다. 그게 바로 세상 일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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