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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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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매실 익는 시절에 내려 매우(梅雨)라고도 하지요. 해마다 6월 하순에 시작해서 한 달쯤 비는 계속되지요. 덥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과 차고 습한 오호츠크해 기단이 서로 밀고 밀리기 때문이랍니다. 

 

어인 연유로 그리 젖었을까요? “구죽죽 비는 오시는 날/수타사 요사채 아랫목으로/젖은 발 말리러 갈까”(김사인, <장마>), 망설인 이가 있었네요. “마음 닿는 자리마다/핏물 피어 괴어서//하늘은 퉁퉁/눈이 붓도록 울라고 해라.”(허영자, <우기·이별>), 찬 이별에 통곡한 이가 있었네요.

 

돌아보면 고슬고슬한 날 몇이나 되던가요? 카페 창가에 빈자리가 보입니다. 축축한 마음 먼저 앉힙니다. 생각도 접고 말도 접고 한나절 비를 긋습니다. 뜨거운 커피 한 잔에 한기든 몸이 부르르 더워집니다. 사흘째 유리창엔 비, 통창 가득 빗방울입니다. 

 

너무 덥고 습해도, 너무 차고 습해도 힘들지요. 사는 일 늘 후회라지만, 화양연화는 늘 뒷모습을 본 후에야 알아챈다지만, 밀고 밀리며 우는 사이 간간이 여우볕이 나기도 하지요. “늘어진 물푸레 곁에서 함박꽃이나 한참 보”려, “열 끓어 앓던 어지럼병” 어쩌지 못해 빗속에 길 나섰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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