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의 한 교수가 지난 6월 'IB교육 도입에 대한 기대와 우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도내 한 언론사에 실었다. 하지만 이보다 한 달 앞서 게재된 A 교사의 '공교육 IB도입은 교실이데아가 아니라 환상 속의 그대'라는 칼럼 내용과 일부 문장이 매우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칼럼을 쓴 교수는 교원양성대학의 학자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후보까지 지냈던 만큼 칼럼 표절의 도덕적 해이는 충격을 넘어 교육계의 신뢰를 흔드는 사건으로 번질 수 있기에 우려가 크다.
칼럼은 생각과 근거를 정리하여 짧은 글에 담아야 하는 일이기에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칼럼을 쓴 교수 역시 많은 참고자료를 종합하고 정리하는 과정과 본인의 필체로 녹여내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수의 최초 글에서는 한 달 전 게시된 칼럼 문장이 조사 일부분만 변형된 채 고스란히 탑재되었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다.
다행히 교수는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더 엄격해야 할 자신을 반성한다’는 글로 출처표시를 하지 않고 일부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에 대해 원 작성자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반성한다는 글을 남겼다. 용기 있는 사과와 늦었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쉽지 않았을 것을 알기 때문에 박수를 보낸다. 교수는 출처 표시를 하지 않고 일부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에 대해 해당 언론사에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 바로잡았다. 현재 교수의 칼럼은 참고자료를 주석으로 달아 수정돼 게시중이다.
교수는 언론사 인터뷰에서 “논문이었으면 참고 문헌에 엄격하게 표시했을텐데, 짧은 내용의 칼럼이라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적 재산권은 논문 인용에서 엄격하고 현장 교사가 쓴 칼럼에 관대한 것은 절대 아니다. 실수로 가져온 타인 물건의 원래 위치를 밝힌다고 해서 떳떳할 수 없듯이, 지적 재산 출처를 뒤늦게 수정 게시한다고 한들 당당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적 재산은 법으로 엄격히 보호받고 있고, 칼럼은 논문보다 대중들의 접근성이 높기때문에 더 큰 도덕적 문제를 통감해야 한다. 그러기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육자는 도덕성에 더욱 민감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총헌장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스승으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교직윤리헌장은 ‘교육자의 품성과 언행이 사회 전반의 윤리적 지표가 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중략) 교직의 윤리를 밝히고 사랑과 정직과 성실에 바탕을 둔 교육자의 길을 걷는다’라고 강조한다. 교육자를 길러내는 교원양성대학의 교수라면 그 잣대가 더욱 엄중해져야 마땅하다.
교육계의 리더이자 교사를 양성하는 학자로서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게시된 칼럼을 내리고 사과 입장을 해당 언론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이 더 좋은 돌파구가 될 것이다. 본인의 SNS을 통해 실수를 인정한 용기가 있는 만큼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보여주고 본인과 교육계 신뢰 회복은 물론 저작권 보호의 민감성을 사회에 알리는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오준영 전북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